증권 정책

"감마누와 동병상련"…커지는 '감사의견 거절' 상폐 논란

"전임 감사인 재감사 거부로 상폐

거래소는 감사의견만 봐" 주장

일부 상폐 기업은 법적다툼 돌입

"감마누는 특이한 사례" 해석도




법원이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에 대해 상장폐지 무효 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폐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일부 기업들은 기존 감사인이나 한국거래소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에서 재감사 시간을 더 줬다면 상장폐지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이번 감마누 사례를 두고 감사의견 거절 절차를 평가절하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감사의견 비적정(한정·의견거절 포함)을 받아 상장폐지된 곳은 총 9곳으로 지난해 1곳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기업의 감사 의무를 강화한 신외감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16~2017년 각각 5건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비적정을 받은 곳이 전년보다 22곳 늘어난 65곳으로 집계된 만큼 향후 감사의견 관련 상장폐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됐던 감마누의 거래가 최근 재개된 만큼 상장사와 회계법인·거래소 사이의 잡음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미 몇몇 상장사는 회계법인·거래소 등과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된 A사는 전임 감사인인 B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정리매매가 이뤄져 거래소에 대한 소송의 실익이 없는 만큼 B회계법인에 대해서라도 권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A사는 지난해 B회계법인으로부터 2018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22억원을 주고 자문(PA) 계약을 맺었지만 B회계법인이 그해 10월 재감사를 거부하면서 2019 사업연도 감사보고서를 검토하는 C회계법인이 감사의견 거절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A사는 2018~2019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A사는 거래소가 “‘의견거절’ 감사보고서가 작성됐다는 결과적인 사실에만 치중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에서도 이 신청을 기각하면서 A사는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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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결정을 받은 다른 상장사 중에서도 법적 절차를 밟는 곳들이 많다. 가령 바이오빌은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항고 절차를 밟았다. 모다도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상장사 관계자 중에서도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절차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IR 담당자는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판단할 때는 회계법인의 의견을 인용한다”며 “최근 회계법인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한데 감사의견 거절을 통한 상장폐지와 관련해 이 부분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마누 사례가 기존 상장폐지 기업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을 받은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감사인이 충분히 재감사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원이 비록 여러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감사인도 재감사를 할 의사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거래소에서 그 부분에 대해 추가 개선기간을 주지 않은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신외감법에 규정을 연동하면서 2018년부터 개선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감마누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던 2017 사업연도 당시에는 개선기간이 6개월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개선기간이 1년으로 늘어나면서 법원 역시 바뀐 규정을 반영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의견은 상장사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감마누 등의 사례를 통해 상장폐지 절차에 대해 숙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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