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실사 진행 중인데’…‘옵티머스 80% 상각’ 공문에 투자자 혼란

금감원, '펀드 자산 80% 상각' 공문 보내고 곧장 철회

자산 80% 손실 우려에 투자자 혼란 가중

"회계법인 실사 이후 정확한 수치 산정해 재통보할 것"




금융감독원이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인 옵티머스펀드에 대해 자산의 80%를 상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판매사에 보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곧장 공문을 철회했지만 판매사가 해당 공문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면서 투자자 혼란이 커졌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파견된 관리인은 지난 18일 오전 NH투자증권에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라피크 등이 발생한 사모사채를 발생 단계의 부도채권 등으로 분류하고 원금의 80%를 상각 처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자산 상각이란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으로 금감원 관리인은 현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실사가 진행 중인 해당 채권을 사실상 부도로 분류한 후 상각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공문에는 18일 이전 사모사채 미수이자는 전액 상각처리하고 이후 이자는 계상을 중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발행회사가 사채 만기일이 됐지만 원리금이 미상환 돼 ‘기한 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는 등 평가 근거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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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은 해당 공문을 투자자에게 발송했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금감원 관리인이 같은 날 오후 께 ‘상각 처리를 추후 펀드 실사 이후로 유보하겠다’는 공문을 다시 보낸 것. 관리인은 해당 공문에서 “집합투자재산의 평가 내역 통보와 관련해 적절한 가치 평가를 위해 평가를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상각 계획을 철회한 셈이다. 현재 옵티머스펀드에 편입된 해당 기업의 사모사채는 약 4,760억원 규모로 관리인이 상각하는 금액은 3,800억원 수준이다.

금감원 측은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 규정상 부도가 발생하면 발생 단계에서 80% 이상을 상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펀드 실사가 끝난 후 결과에 따라 이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을 통한 실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사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하기 위해 기존 결정을 위해 유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이미 커진 투자자들의 혼란을 진정시키긴 쉽지 않았다. 자산 중 80%가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 상각이 이뤄지면 손실률 확정, 배상 등의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NH투자증권에는 고객 항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에서도 금감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회계법인이 실사를 진행 중인데 금투업 규정대로 80%라는 상각 처리 기준을 선정해 통보했다면 다음 달 말께 나올 실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20% 이상의 자산을 회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미 중간발표를 통해 옵티머스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도 상태임을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회계법인 실사가 나오지 않았으며 실사를 토대로 정확한 수치가 나오면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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