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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뛰어넘은 靑 국민청원 참여...'n번방'에 분노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의 야심작인 ‘국민청원’이 도입 3주년을 맞았다. 코로나 시국에 광복절 집회를 강행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재수감 요구에서부터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기안84의 웹툰 연재 중지 요청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뜨거운 공론장을 형성하고 있다. 누가, 왜, 국민청원에 참여했는지 3년의 기록 면면을 살펴봤다.

원조 넘어선 韓 국민청원...청원 건수 美의 약 2배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017년 8월 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개설한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 위 더 피플은 ‘3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백악관이 답한다’는 원칙으로 운영된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는 사안에 대해 응답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국민청원 게시판 방문자 수는 약 3억 3,836만 명에 달한다. 87만 건이 넘는 청원이 게시됐고, 여기에 1억 5,000여 명이 동의를 표했다. 30일 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은 189건이었다. 이 중 청와대가 답변한 청원은 178건에 달했다.




반면 위 더 피플이 운영된 6년 3개월 간 총 게시글은 48만여 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보다 운영 기간이 길었지만, 청원 수는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청원 동의자 수는 4,024만 명 가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청원은 미국의 위 더 피플에서 벤치마킹했지만 청원 참여자 수는 미국보다 한국이 더 많다”면서 “특히 미국의 3억 인구와 비교하면 참여율이 더욱 높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원 참여자 수도 해마다 늘었다. 도입 1년 차 당시 청원 동의자 수는 약 3,874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1.7배 늘어난 약 6,649만 명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청원 도입 3주년을 기념해 “‘국민께서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약속대로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정부도 최선을 다했다”며 “때로는 정부가 답변드리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역대 최다 동의 수는?...'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여성의 관여도가 높아진 점은 올해 국민청원의 특징 중 하나다. 국민청원 도입 1년차에는 남성의 방문 비율이 56.4%로 여성(43.6%)의 방문 비율에 비해 12.8% 포인트 높았다. 올해 국민청원 방문 비율은 남성이 52.1%, 여성은 47.9%로 그 격차가 4.2% 포인트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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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유입을 이끈 의제는 다름 아닌 ‘n번방’ 관련 국민청원이었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n번방의 피해자가 여성이었던 만큼 국민청원을 통해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n번방 관련 청원에 동의한 국민 중 약 70%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국민청원 3년차, 동의 수 기준 상위 10개 목록/사진제공=청와대국민청원 3년차, 동의 수 기준 상위 10개 목록/사진제공=청와대


이에 힘입어 올해 동의 수를 가장 많이 기록한 국민청원 10건 중 3건이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처벌과 관련돼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국민청원은 지난 3월 21일 게시돼 30일간 약 272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올해 국민청원 중 1위는 물론 3년을 통틀어 최다 동의 수를 얻었다. n번방과 관련된 유사 청원 5건의 동의 수를 합하면 500만 명 이상이 공감을 표한 셈이다.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기준도 강화됐다. 지난 4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불법 성 착취물을 소지하고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국민청원 3년...명과 암은?
n번방 사례처럼 제도개선은 국민청원의 순기능으로 꼽힌다.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없었다면 발견되지 않았을 제도의 허점을 정부가 보완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미취학 아동에 의한 성추행 문제를 짚은 국민청원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원 전에는 유치원에서 성교육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현재 여성가족부와 함께 유치원생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면서 “국민에서부터 시작된 하나의 작은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 원론적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입법 등 청와대가 직권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 대통령도 “국민 참여의 공간을 소중하게 키워간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답에 만족하지 못한 국민들도 계시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국민청원 게시판이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 오염된 측면도 있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국민들이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청원 게시판을 활용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올해 동의 수 3위(약 150만명)를 기록한 국민청원은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였고 4위(약 146만명)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가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나의 세상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정부에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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