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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비밀의 숲2' 이창준이 건 시동, 이제 멈추면 실패한다




투광등마저 꺼져버린 검은 바다, 그리고 그 위를 덮은 하얀 해무(海霧). 방향조차 잃어버린 안개 위를 검은 세단 하나가 천천히 가로지르다 멈춘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힐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두렵다. 그리고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 사건은 이미 눈 앞에 벌어져 있다.

‘비밀의 숲’ 새로운 시작으로 이보다 더 알맞은 출발이 있을까. 보일 듯 하지만 끝까지 잡히지 않는 진실 추적을 상징하듯 황시목 검사(조승우)를 해무 앞에 세웠다. 청장이 낀 자신의 송별회 장소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사건 현장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그는 여전히 감정이 없다.


술에 취해 바다에 뛰어들어 숨진 두 명의 청년, 틀림없는 ‘사고’는 한여진 경감(배두나)가 끼어들며 ‘사건’으로 확대된다. 재벌 2세가 재미로 끊어놓은 출입금지선과 이를 모르고 물에 뛰어든 청년들. 사건의 개연성을 둘러싸고 ‘비밀의 숲2’는 빠르게 이야기의 줄기를 키웠다. 지난 시즌 박무성 살인사건을 통해 추리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면, 이번에는 사건의 크기는 작으나 이를 두고 각자의 입장, 집단간 갈등을 통해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하루만에 나온 출입금지선 훼손에 대한 불기소 처분. 그리고 황시목이 올린 내부 의견서. 사건은 전관예우 논란을 거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순식간에 다다른다. 시즌2에 새로 투입된 대검찰청 형사법제단장 우태하(최무성)와 경찰 수사구조혁신단 단장 최빛(전혜진)은 갈등의 핵심 축으로 확실하게 자리잡는다.

최빛은 카메라 앞에서 유족을 만나는 그림과 함께 ‘전관예우’로 검찰의 권력을 압박하고, 우태하는 이를 받아칠 작전을 세운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불사신 서동재(이준혁)가 세 개의 파일을 들고 우태하 앞에 나타난다. 그중 하나는 이미 종결된 경찰 자살 사건. 대립할지 협력할지 모를 황시목과 한여진 앞에 두 번째 사건이 주어진다.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는 황시목은 냉정과 온정을 잃지 않은 채 이성적 판단으로 정의를 좇는다. 그의 이런 성향은 언제나 자신을 날카로운 칼로 만든다. 힘든 일에만 꺼내 쓰는, 이가 나가도록 휘두르고선 끝나면 손이 벤다고 다시 도로 서랍에 처박아두는.


이를 파악한 경찰이 황시목을 사실상 ‘심판’ 삼으려 하자 검찰을 그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실무자로 임명해버린다. 이 칼이 누구를 벨지 모른다면 어쨌든 내가 들고 있어야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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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 대립하게 된 황시목과 한여진이 어떤 사건들을 추적하고, 힘을 모을지 분열할지는 둘러싸인 해무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비밀의 숲’의 성공 요인이며, 궁금해서 본방송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이다. 시즌2 첫방송을 앞두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한 ‘다시 보면 새 관점이 보이는 매력’도 빼놓을 수는 없다.

황시목은 말한다. “그렇다고 계속 서랍 안에만 있을 수는 없죠. 어쩌면 답이 나올 수도 있고….”

지난 시즌 이창준은 마지막 순간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 말처럼 작품은 그가 쓰러진 자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 작가는 해묵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야기의 줄기로 삼으며 “모든 것은 과정이며 멈추는 순간 실패,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 하에, 멈추지 않고, 관망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시즌 1에서 시동을 건 ‘비밀의 숲’이 3년 만에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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