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2018년 미래전략산업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기차 기술 굴기를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따라 도요타와 닛산, 테슬라 등 글로벌 친환경차 선도 기업들이 현지 합작사를 통해 중국에서 개발과 생산을 하고, 이렇게 모인 세계의 기술을 결집해 전기차 선진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란 설명이다.
중국의 야망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이미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전동화 강국이다.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를 통해 자본을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테슬라(36만7,820대)였지만 2~4위는 BYD(22만9,506대), 베이징자동차(16만251대), 상하이자동차(13만7,666대) 등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세 곳 모두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전기차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만큼은 중국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 협력하는 CATL 등 중국도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배터리 기업을 갖고 있고, 내연차와 달리 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복잡한 동력 기술이 필요 없고 부품을 조달해 조립하는 과정 또한 내연기관차보다 수월해 과거의 격차를 건너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이어 “점점 정보기술(IT)화하고 있는 전기차는 전장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한데 중국 IT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고 발전 가능성 또한 높은 만큼 전기차 제조 능력도 더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콧대 높은 일본 차도 중국 현지 판매 전기차는 중국 기술을 차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된 도요타의 중국 판매 전기차 모델 LZOA EV는 전기차 기술과 배터리를 중국 전기차 업체인 CAC·FAW와 합작으로 만들어냈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전기차 전용 공장들도 중국 업체들의 강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해 기존 자동차 강국들의 공장들은 내연기관차에 맞춰져 있다”면서 “중국의 경우 최첨단 전기차 전용 공장에 투자를 지속해 품질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