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反트럼프만 있고 새 비전 없다"…민주 전대에 쓴소리 쏟아져

WP, 민주 지지층 대상 설문서

"노동·교육·보건 등 차별화 없고

경제이슈서 대안 안보여" 지적

중도우파 유인 전략에도 의구심

오바마 "트럼프, 민주제도 위협"

해리스는 통합 외치며 지지 호소

해리스, 첫 ‘여성 부통령 후보’ 공식 지명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후보와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후보가 한무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AFP연합뉴스해리스, 첫 ‘여성 부통령 후보’ 공식 지명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후보와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후보가 한무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득한 반면 새로운 미국에 대한 비전 제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사로 나선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때리기에 집중하고 정작 노동·교육 분야는 물론 경제 이슈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넘어서는 확실한 대안 제시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17일 시작해 20일 막을 내리는 전당대회의 전반부 이틀간의 일정과 내용에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노동·교육·보건 등 중요한 이슈들이 소홀히 다뤄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反)트럼프 전략’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오리건주의 한 시민은 “반트럼프 메시지는 중도우파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인데 어떻게 그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WP는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대선 전략과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분열이 감지된다며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 전반부에서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는 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19일(현지시간)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19일(현지시간)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19분 동안 화상 찬조연설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로 취급했으며 실패의 결과는 참혹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미국인 17만명이 죽고 수백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최악의 충동이 촉발되고 자랑스러운 세계적 평판이 심히 손상됐으며 우리의 민주적 제도가 전에 없이 위협받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삼가온 것과 달리 이날은 연설 대부분을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할애하며 감정이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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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에 공식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트럼프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는 후보 지명 직후 수락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의 비극을 정치적 무기로 삼는 대통령”이라며 “리더십 실패가 생명과 생계를 희생시켰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흑인이든 아시안이든 히스패닉이든 원주민이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모두를 통합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화상연설에서 “트럼프가 더 나은 대통령이라면 좋았겠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올해 대선이 또 후회하는 선거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에게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8일 “대통령 집무실은 지휘센터가 돼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부정하고 전가하고 결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백악관 집무실은 폭풍의 중심이고 혼란만 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WP는 수많은 찬조연설자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감 능력이 있는 인물’ ‘보살피는 지도자’라고 표현하며 트럼프 리더십과의 대비를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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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는 20일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로 막을 내린다. 폭스뉴스는 이 연설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사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전대와 곧 열릴 공화당 전대 등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송출연 계획은 경쟁 후보의 수락 연설 당일에는 맞불을 놓지 않는 미 정가의 관례를 깨는 행보로 일종의 ‘김빼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명 인사가 총출동해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상대 후보 비방전에 집중된 이번 전당대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7일 밤10시부터 11시15분까지 1,970만명의 미국인이 TV로 시청했지만 이는 4년 전(2,600만명)에 비하면 약 25% 감소한 수치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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