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양제츠, 싱가포르 거쳐 방한... 中 '美견제' vs 韓 '北대화' 동상이몽

싱가포르·한국 등 미중 경계선 국가들만 방문

시진핑 방한, 한반도 평화보다 '우군확보' 우선

美겨냥 "경제 세계화, 국제 공평·정의 수호" 강조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 입국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 입국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중국의 외교정책을 이끄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일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외교가에서는 양 정치국원이 방한 전 싱가포르에서 이미 “경제 세계화와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진 만큼 한국에서도 미중 갈등 속 우군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했다. 양 정치국원의 최대 관심은 우리가 바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과 한한령(限韓令) 해제,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등과는 동떨어져 있는 만큼 그의 방한을 우리 국익에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 정치국원은 21일 오후 김해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날 일단 공식 일정은 소화하지 않은 채 22일 오전부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서 실장과는 한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 남북·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과 한반도 주변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의 연내 방한과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를 요청하고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전환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양 정치국원은 최근 극에 달한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을 중국의 우군으로 붙잡아 두려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한미동맹을 이유로 미국 쪽에 기울 수 있는 한국에 중립 유지나 중국 지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중국 최고 외교관의 싱가포르와 한국 방문은 워싱턴과 지정학적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연합뉴스


중국의 속내는 양 정치국원이 방한 직전 싱가포르를 거쳤다는 점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한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들이다. 동시에 중국과 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 인구만 75%에 달하는 나라다. 미중 경계선에 있는 대표 아시아 국가들의 약한 고리를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20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중국은 싱가포르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각국과 협력해 전략적 신뢰와 실무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며 “경제 세계화와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을 다분히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그는 “현재 국제 정세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계속 만연하는 상황은 인류가 동고동락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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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리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도전에 맞서 각국은 더 이성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양국의 협력 체계를 이용해 아세안과 중국 관계 발전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우수근 콘코디아국제대 대외교류부총장은 “중국이 우리 정부가 최근 외교·안보 라인을 ‘친미파’에서 ‘자주파’로 크게 바꾼 상황 등을 보고 남북 모두 미국에 불만이 있음을 간파한 뒤 방한 시점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국제협력 지향’ ‘시장경제 지향’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 최우선 지향’ 등과 같은 외교 대원칙을 중국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경환·윤홍우기자 ykh22@sedaily.com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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