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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코로나19로 美 달러도 ‘휘청’…“기축통화 지위 흔들 vs 아직은 대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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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금융의 독보적 존재인 미국 달러의 위상까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지속으로 중국의 위안화와 유럽의 유로화가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며 거세게 몰아붙이는 분위기다.


21일(현지시간)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러시아의 대 중국 수출 결제통화에서 유로화의 비중이 50.8%로 달러 비중 33.0%를 넘어섰다.

지난 2014년 1분기에는 유로화의 비중이 0.3%에 불과했으며 2018년 2분기에도 1.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500% 가량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수출하고 받는 유로화 비중도 지난해 말 38%에서 43%로 늘어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부양책·러시아와 중국의 유로화 사용 증가 등 달러화 위협
이 같은 추세에 대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유로화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통화 점유율에서 유로(20%)는 달러(6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최근 유로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데 여기에는 유럽연합 정책결정자들의 코로나19 부양책 합의와 범유럽 채권 발행, 러시아와 중국의 유로화 사용 비중 증가 등이 뒷받침했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통화전략가들은 금 가격 상승이 달러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드는 우려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최근 달러 대신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가 포함됐다.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 덕분이다.

악시오스는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을 흔드는 러시아와 중국의 장기간 노력이 지속되는 속에서 올해들어 코로나19 펜데믹과 유로존의 단합, 미국의 재정취약성 등이 결합하면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휘청이라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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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 위안화 기축통화 위해 잰걸음…‘페트로달러’에 도전장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드는 최전선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몽을 내세워 위안화를 글로벌화 시키기 위해 잰걸음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빨라졌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응해 위안화 세계화를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화되는 상황을 대비해 위안화 사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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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0여개국 중앙은행과 위안화 스왑 계약을 맺고,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위안화 세계화에 노력해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이달 초 어느 나라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한 국가와 위안화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7월 초 중국에 원유 300만 배럴을 위안화를 받고 팔기도 했다. 7대 석유 메이저 중 한 곳에서 달러화가 아니라 중국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한 첫 사례다. 원유시장에서 ‘석유달러(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화 세계화 전략은 교두보인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서 이미 크게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 한도 등 제한이 많은 상하이 외환시장(역내시장)과 별도로 2010년 홍콩에 역외시장을 개설했다.

중국 제품 수출 시 홍콩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등 위안화의 글로벌 유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로 외국 기업들이 대거 떠나게 되면 홍콩의 위안화 세계화 전진기지 기능도 약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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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자리 흔들 ‘글쎄’…“아직은 대체 불가”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단시간에 흔들리거나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각국의 화폐가 달러를 위협하더라도 미국의 전 세계적인 정치적 영향력이 그대로인 만큼 달러 지위도 굳건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전 백악관 경제자문관이었던 제프리 프랑켈은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정도의 유동성과 긴 만기를 제공하기 위해서 EU와 유로화가 갈 길은 아직 멀다”고 관측했다.

게다가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갖고 있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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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서 저비용으로 무한대의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잇점을 제공하기에 그 지위는 무너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배리 아이켄그린은 “기축통화의 변화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고 또 현재로서는 미 달러 만큼의 대규모 외환을 공급하는 나라나 권역도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의 88%가 미국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어 아직은 미 달러화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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