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 등 서울 외곽에서도 아파트값이 고가 아파트 기준인 9억원을 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해 보유 주택을 내놓으면 가격 오름세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런 움직임이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중저가·중소형 주택이 밀집된 노·도·강 등 외곽 지역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아파트값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9억원을 넘기고, 전셋값도 5억원을 뛰어넘는 등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강북 대표 지역인 강북구 미아동의 ‘미아동부센트레빌’은 지난달 15일 84.93㎡(전용)가 9억원(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6월(8억 4,800만원·3층)에 이어 한 달 만에 신고가 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79.07㎡도 지난달 31일 9억원(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금·관·구 등 한강 이남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84㎡는 이달 12일 8억 4,700만원에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에 등록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셋값도 계속 치솟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79.07㎡는 이달 20일 보증금 5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3월 중순에 기록한 이전 최고가 3억 5,000만원(9층)보다 무려 1억5,000만원 뛴 것이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84.96㎡는 이달 5일 5억1,000만원에 거래되면서 기존 신고가를 경신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은 오히려 보합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꾸준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 관측했다. 정부는 9억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상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으나 거래량만 크게 줄고 신고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면적 84.83㎡는 지난달 28일 21억 5,000만원(9층)에 계약서를 쓰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이전인 지난 6월 22일에 기록한 최고가(21억원)를 경신했다. 같은 동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5㎡도 지난달 27일 23억원(10층)에 매매돼 허가제 시행 직전 최고가(21억 5,000만원)를 1억 5,000만원이나 훌쩍 뛰어넘었다. 인근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2㎡는 지난달 27일 20억 5,000만원에 팔려 역시 허가제 시행 직전 가장 높은 금액(19억 5,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반면 거래는 크게 줄었다. 강남구·송파구에 따르면 대치·잠실·삼성·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 6월 23일부터 이날까지 두 달 간 거래가 허가된 주거용 부동산은 총 89건으로 집계됐다. 동별로 잠실동 27건, 삼성동 22건, 대치동 21건, 청담동 19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