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scale up)은 매출·고용 등이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한 기업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스케일업이란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또는 고용증가율 20% 이상인 고성장기업으로 정의한다.
벤처기업의 진화 과정은 스타트업(창업)에서 시작해 스케일업을 거쳐 유니콘으로 성장하는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주체는 성장하는 기존기업, 즉 스케일업이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정책의 중심을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정책 방향을 스타트업 창업 장려 단계를 넘어 스케일업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스케일업 기업의 비율은 영국과 이스라엘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체 벤처 이력 기업 중 중견 벤처라고 할 수 있는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의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벤처 창업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벤처의 스케일업에서 매출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의 허리가 되는 스케일업 벤처기업의 수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만 있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위기 극복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법·제도 개선을 통해 벤처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케일업이 가능하려면 대상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을 돕는 다양한 환경요인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특히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활성화, 신산업에 대한 규제혁신과 제도개선, 기업가정신 회복 등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벤처 스케일업에 있어 성장 단계별 적기의 자금 투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성공적 시장 진입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주도한 것은 외국계 자본의 인수자금이었다. 최근 발표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허용방안과 벤처투자촉진법은 그동안 정책자금 위주의 벤처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수합병(M&A) 활성화와 민간자금의 유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스케일업 정책이 너무 투자 쪽으로 쏠리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장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에는 규제 완화와 공정경쟁의 생태계 조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는 없던 규제가 사업 확장 단계에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예비 유니콘을 선발해 R&D·보증·융자 등을 지원하는 ‘K유니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민관이 힘을 합쳐 유니콘기업을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 유사사업이 단순 R&D 자금지원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스케일업 지원체계를 갖춘 해외사례를 참고해 관련 부처 내에 전담 부서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 글로벌 트렌드에 익숙한 우수한 인재들이 스케일업 벤처에 유입될 수 있도록 벤처 창업가들은 지속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기업가정신 교육 확대와 우수 해외인재 유입을 위한 제도개선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