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증시 대기 자금 260조..개인이 '절반'

부동산은 규제로 장벽 높아지고

증시도 불확실성 커져 투자 머뭇

CMA·MMF 등으로 단기자금 밀물

주가 하방압력 땐 '방파제' 될수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37포인트(1.34%) 오른 2,304.59에 거래를 마쳤다./연합뉴스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37포인트(1.34%) 오른 2,304.59에 거래를 마쳤다./연합뉴스



자산관리계좌(CMA)·머니마켓펀드(MMF)·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대기 자금이 260조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전체 증시 대기 자금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데다 증시도 단기 급등을 보이면서 자금이 일시적으로 묶인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CMA 잔고, MMF 설정원본, 투자자예탁금 합계는 259조1,8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에는 260조1,924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6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CMA와 MMF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데다 시중 예금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대표적인 단기자금 투자처로 꼽힌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자금이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개인투자자의 CMA 잔고, MMF 설정원본, 투자자예탁금은 총 128조8,909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증시 대기 자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하게 늘었다. 현재 개인 자금 비중은 전체의 49.73% 수준으로 6개월 전인 지난 2월20일(41.89%)에 비해 7.84%포인트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이 52조6,393억원까지 늘면서 집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컸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팔기 위해 증권사 등에 맡겨놓은 돈이다. 개인투자자가 ‘파킹통장’ 성격으로 주로 활용하는 CMA에서도 잔고·계좌 증가 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개인투자자의 CMA 계좌 수는 총 1,843만9,486개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의 CMA 잔고는 51조5,168억원으로 지난 18일(52조483억원)에 비해선 소폭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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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단기 부동화 심화’로 해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연이어 대출·세제 규제를 내놓으면서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며 증시도 단기 급등하면서 매수 시점을 찾기 어려워졌다. 특히 증시의 경우 호재가 있는 개별 종목으로 쏠림 현상은 심해졌지만,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유입된 자금이 곧바로 증시로 직행하지 못하고 대기 자금의 성격을 보이며 증시 외곽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19 재확산, 미·중 무역분쟁,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 유지 여부 등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섣불리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규제가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주식시장도 코로나19 불확실성, 가격 부담 등으로 인해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코로나19 추이가 기간 조정으로 귀결될지, 아니면 추가적인 지수 조정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단기부동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은 방향성에 확신이 서지 않자 최근 증시에서 눈치 싸움을 심하게 벌이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오전 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다 오후 들어 2,6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 성향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지난주에는 15조원대로 내려앉았으며 시가총액 회전율도 0.97%를 기록해 최근 2주간 평균(1.04%)보다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거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들이 이전과 다르게 투자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개인들의 이런 투자 성향은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증시의 하방 압력이 강화될 경우 강력한 속도 조절 장치(버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급락장에서만큼은 강한 매수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 20일 코스피가 3.66% 하락했을 당시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738억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계감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고객 예탁금 등 풍부한 유동성이 하단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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