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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중 1명 '깜깜이 감염'…정은경 "숨은환자 많아 확진 더 늘것"

양성판정 453명 감염경로 조사중

광역단체 절반 신규확진 두자릿수

속도 빨라 접촉자·역학 조사 벅차

조용한 전파→집단감염 악순환 우려

정은경 본부장 /연합뉴스정은경 본부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사흘 연속 300명 이상 쏟아져 나오며 방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특히 5명 가운데 1명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고,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같은 집단감염 사례의 경우 정확한 검사 대상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조용한 전파→집단감염’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주(10~23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801명 가운데 16.2%인 453명은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조사 중’으로 분류됐다. 이 같은 깜깜이 환자 비율은 지난 22일 20.2%를 기록해 관련 통계를 내놓은 올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기준을 ‘조사 중’ 비율 5% 미만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많게는 4배 이상 웃돌 만큼 코로나19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의 경우 최근 6일간 신규 환자 가운데 깜깜이 비율이 무려 22.3%에 달해 긴장감을 높였다. 깜깜이 감염은 기존 집단감염과의 연결고리까지 찾아야 해 접촉자 조사나 역학조사에 더 많은 역량이 투입된다. 가뜩이나 이날에만 4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난 2주간 누적 453명에 달하는 깜깜이 환자들의 경로 파악까지 동시에 수행하다보면 시급성이 생명인 역학조사 전반이 지연될 수 있는 셈이다.

2415A02 감염경로조사중비율수정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지금까지 100명 또는 50명 이하 확진자는 철저한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로 통제범위 안에서 관리했지만 이렇게 급증한 확진자 수는 억제하기 어렵고 사람 간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유행의 규모를 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번 유행의 중심인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의 경우 코로나19에 노출된 사람 수를 특정하기 어려워 제때 검사를 할 수 없어 상당 기간 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날 정오 기준 45명이 추가돼 누적 841명으로 이들로 인한 추가 전파가 발생한 장소만 21곳, 112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한 ‘n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장소만 168곳에 달해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나올 여지가 많다. 방역당국은 애초 사랑제일교회 관련 검사 대상자를 3,600여명으로 파악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이 남아 있고 최근 정부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신도 자료를 통해 정확한 명단을 여전히 조사 중이어서 그새 새로운 감염고리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달 15일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집회 관련 감염은 더 오리무중이다. 이날 정오 기준 32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136명을 기록 중이다. 서울시는 당일 광화문 인근에 30분 이상 머물렀던 1만576명을 조사하고 있지만 연락이 되지 않거나 검사를 거부한 사례가 1,299명에 달한다. 정 본부장은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많아 앞으로 확진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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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확산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방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사법연수원 직원이 확진돼 청사내 회의와 행사가 모두 연기됐다. 인천 서구 공무원도 확진돼 공무원 1,000여명이 검사를 받을 예정이고 부평구 갈릴리교회에서는 21일 첫 확진자 발생 뒤 접촉자 조사에서 31명이 추가돼 모두 32명으로 늘었다. 충남 천안에서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의료진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응급 중환자실과 내시경실이 폐쇄됐다. 전남 순천시 홈플러스 푸드코트에서는 15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접촉자 조사 결과 10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됐고 강원 원주시 명륜초병설유치원 교사가 확진된 이후 접촉자 조사에서 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누적 11명으로 늘었다. 또 광주 웅진씽크빅 관련 누적 7명, 대구 서구 장례식장 관련 6명 등 전국에서 새로운 발생이 잇따라 보고됐다. 이날 0시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절반을 넘는 8곳이 신규 확진자 두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감염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친 탓에 방역당국은 앞으로 확진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 본부장은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환자가 증가해 전국적인 대유행 위기를 앞둔 엄중하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준수해도 2단계 적용에 따른 영향은 적어도 1주일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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