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제재 돌파"...中, 韓반도체 인재 빼가기 노골화

'美, 화웨이 퇴출'에 정면대응

파운드리·D램·낸드플래시 등

전 부문서 대표기업 육성 박차

국내사이트서 최고연봉 내걸며

대놓고 'S·H 근무자 우대' 표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위협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해 한국 인력 빼가기 등 ‘편법’을 바탕으로 자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힘을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기술이 활용된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인 화웨이를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중국은 파운드리(SMIC), 팹리스(유니SOC), D램(CXMT), 낸드플래시(YMTC) 등 반도체 각 부문에서 대표기업을 육성하며 미국의 제재를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헤드헌팅 업체는 중국 현지기업에서 근무할 반도체 식각(에칭)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해당 공고는 ‘외국계 유명기업’에 근무할 석사 및 과장급 이상의 인력을 모집 중이며 식각이나 플라즈마 관련 경험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식각은 반도체 회로에 패턴을 그리는 공정으로 최근 반도체 공정이 나노(10억분의1m) 단위로 미세화하며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플라즈마는 반도체에 얇은 막을 입히는 공정으로 식각 외에도 증착·이온임플란트·세정 공정 등에 사용된다.

또 다른 채용 사이트에는 해외에서 근무할 10나노 DDR4 D램 설계인력을 충원하며 ‘S(삼성전자(005930)), H(SK하이닉스(000660)) 반도체 관련 부서 근무자 우대’라고 노골적으로 표시해 놓았다. 또 최고 조건의 연봉을 비롯해 현지 주택 제공 및 자녀 국제학교 보장 등의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이나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 공장 인력들에게 계속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안다”며 “한국 인력들은 중국 기업으로의 이직과 관련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한국 인력을,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대만 인력을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력채용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D램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CXMT)가 연내 17나노급 D램을 양산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올해 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들 업체가 관련 제품을 연내 양산할 경우 한국 기업과의 기술격차는 1년 이내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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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안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제한으로 확대되며 중국 당국의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KLA·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미국 반도체 업체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업력 15년 이상의 반도체 기업이 28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할 경우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업체는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대체할 팹리스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칭화유니그룹 산하 유니SOC는 최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의 거래 단절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의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인 하이실리콘 인력을 대거 흡수하며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꺾이지 않는 반도체 굴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위협이다. D램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중국 업체들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내수용 제품에는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품질이 조악한 메모리반도체를 일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와 모바일 AP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의 핵심 사업부문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 화웨이는 자국산 부품만 사용해 제품을 내놓는 ‘난니완’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하며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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