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글로벌 비교 우위의 대한민국 5G

■ 김남 충북대 전자정보대학 교수·스펙트럼포럼 운영위원장

'세계적 리더' '韓통신3사 1~3위'

해외 기관들, 5G수준 잇단 찬사

국내 여론·소비자 반응은 미온적

전국망으로 성숙 2022년 더 기대




지난주 말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된 폴더형 휴대폰을 하나 찾았다. 당시만 해도 요즘 말로 ‘플렉스’할 만한 기기로 가장 인기 있던 여배우가 광고모델이었고 컬러 LCD를 갖춘 접는 최첨단 휴대폰이다. 작고 조악한 화면과 자판, 5G가 상용화된 지금 눈높이로는 말도 안 되는 수백 kbps급의 속도로도 나의 손과 발이 겪어야 될 수고를 적잖이 덜어줘 만족감을 주었던 친구다.

최근 정부에서는 5G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여느 시험이 다 그렇듯이 평가를 받는 한국의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달리 보면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5G 시험을 치를 만큼 수준이 충분히 올라와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발행하는 객관적인 자료에서도 한국의 5G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충분하게 비교 우위에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리서치 기관 옴디아(Omdia)에서 나온 보고서는 한국의 5G를 100점 척도로 놓고 다른 나라 상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5G를 도입한 22개 국가의 주파수 할당, 상용 서비스 개시, 커버리지, 가입자, 생태계 측면을 상세 분석한 결과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세계 최고 선도국으로 4G 시대와 마찬가지로 5G 초기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5G 투자 규모를 중점적으로 분석한 유럽연합위원회 스터디 보고서는 5G 기지국 구축 절대수량 기준 10만국 이상을 구축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뿐으로 국토의 면적을 고려하면 한국은 가장 높은 비율로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국가별 5G 품질을 상대적으로 비교해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오픈시그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4월까지 3개월 동안 세계 주요 통신사별로 통신 속도, 서비스 가용률 등 5G 품질을 상대평가해본 결과 한국의 3개 사업자를 가장 높은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한국에서 3위를 하면 전 세계에서도 3위라고 하니 과히 올림픽에서 양궁순위와 다르지 않다.

관련기사



한국의 5G 수준에 대한 해외 기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5G 성과를 보는 국내 여론과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탐탁지 않다. “고작, 아직, 딱 그 정도”로 평가하는 논조도 많고 심지어는 표준이나 이론상의 수치에 이르지 못하니 과장광고라며 폄훼하는 분위기도 있다.

전파와 통신·네트워크를 조금 더 이해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평가한다면 정부와 사업자 모두 상용화 이후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 등 지난 1년간 부단한 노력을 했고 지금 시점에서는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5G 주파수 대역의 특성상 건물 내 침투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기존 통신방식보다 상당히 많은 실내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전국망 커버리지 확보 문제로 그런 여력이 아직 없다. 주요 5G 핵심 서비스인 자율주행,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 등 실시간 스트리밍 전송을 위해서는 단말기와 서버가 가까운 곳에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MEC)이 구현돼야 하는데 아직 진행 중이다. 남들이 아직 걸어가지 않은 길을 헤쳐나가며 5G 선도 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정부와 이통사에 격려와 함께 완벽한 구축이 이뤄질 때까지 인내가 요구되는 시기다.

지난주 말 다시 찾은 폴더형 옛 휴대폰과 지금 사용하는 5G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20년 전 수백 kbps급 속도에서 지금의 수백 Mbps급 속도로 1,000배가 훌쩍 넘게 빨라진 무선통신 네트워크의 변화에 감회를 느끼며, 어디서나 5G를 체험할 수 있는 전국망으로 성숙돼 ‘디지털 뉴딜’의 핵심인 ‘데이터 고속도로’로 자리 잡게 될 2022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