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멍뉴

2415A35 만파



중국에 ‘멜라민 분유 파동’이 벌어진 2008년, 현지 유제품 업체들은 벼랑에 몰린다.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들어간 분유가 유통돼 유아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멍뉴(蒙牛)유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멍뉴는 자금난으로 해외 투자은행에 넘어가기 직전 현지 기업인들의 지원에 힘입어 위기를 모면한다. 재기에 나선 멍뉴는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세계 톱10’의 유제품 회사로 자리를 굳혔다.


멍뉴 설립자인 뉴건성(牛根生)은 1958년 네이멍구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돈이 없던 아버지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그를 팔아넘겼다. 하지만 양부모는 문화혁명 때 홍위병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고 그는 결국 양어머니와 함께 새벽부터 거리 청소를 하는 등 궁핍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목장일을 하다가 현재 중국 최대 유제품사인 이리(伊利)그룹의 전신인 한 낙농회사에 들어가 우유병 닦기부터 시작해 생산 담당 부사장까지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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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건성은 1999년 모든 재산을 투자해 멍뉴우유를 설립하는데 타고난 사업수완으로 회사를 급성장시킨다. 첫해 4억위안이던 매출규모는 5년 만에 72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중국 첫 번째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 5호가 발사에 성공한 2003년에는 ‘우주인이 먹는 우유’라는 마케팅으로 대박을 쳤다. 중국 CCTV는 그를 ‘2003년 중국 경제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로켓의 속도로 달리는 한 마리 소”라고 비유했다.

멜라민 파동을 넘긴 멍뉴는 첨단화와 몸집 불리기에 들어간다. 2013년 중국 5위 분유 업체 야스리(雅士利)를 인수했고 2년 뒤에는 프랑스 분유회사 듀멕스를 사들였다. 지난해 9월 호주 조제분유 업체 벨라미를 인수한 데 이어 연말에는 호주 2위 우유 업체 ‘라이온데어리’ 인수계획까지 발표했다. 호주가 지난 4월 중국을 상대로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조사를 요구한 것을 놓고 양국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호주 정부가 멍뉴의 라이온데어리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나선 데 대한 역보복으로 해석된다. 외교갈등 때문에 기업인들이 언제까지 곤욕을 치러야 할까.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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