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자 ‘토지시장’으로 풍선효과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들의 원정 토지투자가 10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수도권에서 3기 신도시 등 택지조성에다 대규모 광역교통망 구축사업이 진행 중인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거주자가 서울 이외 지역의 ‘순수 토지’ 1만1,596필지를 매수했다. 서울 거주자의 원정 토지매입은 5월(9,203필지)과 6월(1만765필지) 이어 증가세다. 7월 매수 규모는 필지 수 기준으로 2009년 12월(1만3,265필지) 이후 10년여 만에 최대 수치다.
서울 원정 토지매수는 개발이 몰려 있는 경기도에 집중됐다. 올해 7월 원정 토지매입은 6,124필지로 5월(4,348필지)과 6월(4,929필지)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역별 원정 토지매입 현황을 살펴보면 화성시가 662필지로 해당 기간 가장 많이 거래됐다. 이어 △남양주(488필지) △가평(320필지) △하남(291필지) △시흥(235필지) △고양 덕양(201필지) △광명(138필지) 등의 순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택지조성과 교통망 구축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라는 점이다.
서울 거주자의 원정 토지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매입을 강력하게 옥죄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추가 주택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율을 강화해 집을 많이 보유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했다. 반면 토지거래의 경우 이 같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담보인정비율이 법으로 명시되지 않아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토지 감정가의 60~8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경기권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 중이라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구역 내의 토지보상금을 노리거나 인근 지역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땅값 역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 6월 기준 전국 지가는 0.30% 올라 11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및 3기 신도시 개발 호재가 있는 경기 하남시가 0.59% 상승해 가장 크게 올랐다. 과천(0.53%), 광명(0.48%), 성남 중원(0.48%), 남양주(0.47%), 고양 덕양(0.47%) 등도 오름폭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