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뿌리는 살균·소독제가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며 분무형 살균·소독제의 사용이 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는 최근 펴낸 논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가 호흡기에 노출됐을 경우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은 DDAC가 호흡기에 노출됐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기관지 상피세포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DDAC는 4㎍/mL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급격하게 감소시켰다. 세포 내 소기관 손상과 세포 자살, 세포막 손상도 유도했다. 아울러 기관지를 통해 500㎍의 DDAC를 1회 투여한 쥐는 투여 후 14일까지 생존했으나, 2회 투여한 쥐에서는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이 관찰됐고 이후 사망했다.
연구팀은 또 DDAC에 노출된 세포와 쥐에서는 ‘라멜라 구조체’가 형성됐으며 이 구조체가 과도하게 생성될 경우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살균·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지 말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환기된 상태에서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염소(Cl) 계열 소독제는 사용 후 반드시 환기하고 △자주 물로 손과 입, 코 주변을 닦고 △에탄올 성분 손 소독제를 사용한 경우 절대로 얼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러 살균·소독제를 혼합해 사용하지 말 것과 제품 설명서에 기록된 사용법을 반드시 지킬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살균·소독제를 분무기로 뿌리는 경우 방역 효율도 낮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이면 뿌리기보다는 사물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독성학 및 응용 약리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