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민노총 집회서도 확진자, 방역에 이념 잣대 없애라

보수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같은 날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소속 근로자 A씨가 8·15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뒤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집회 때 감염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게는 통신 기지국 추적 등을 통해 명단을 파악하고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등 엄격한 방역 잣대를 들이댔다. 하지만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편파 방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항변하지만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집회가 열렸던 만큼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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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한 것은 민주노총이 밝힌 당국의 태도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조합원들에게 서울시의 방역 대책과 검진 등에 대해 안내를 완료했지만 8·15 대회와 관련해 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면 검진 대상이 아니다’ 같은 말이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에서) 돌아왔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들은 왜 검사하지 않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진영 장관은 처음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이 거듭 “국민 안전 문제에서 이념 대결로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고 따지자 진 장관은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중 잣대를 버리고 이제라도 광화문 집회뿐 아니라 민주노총 집회까지 범위를 넓혀 선제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여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지지율 하락 위기를 덮으려는 ‘코로나 정치’를 그만두고 모든 국민과 합심해 철저한 방역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여야도, 좌우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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