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테크 업체인 이른바 ‘A·N·T(애플·엔비디아·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며 국내 개미 투자자들이 웃음 짓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예탁원을 통한 미국 증시 거래액은 총 623억4,000만 달러로 이 중 애플(3위·26억8,100만달러)·엔비디아(10위·10억6,700만달러)·테슬라(1위·40억600만달러) 등 이른바 ‘ANT’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 미국 증시 거래액의 11% 가량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이들 ANT 업체가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으로 수익을 늘려나가는데다 각 산업군의 압도적 1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향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축 및 이들의 안방인 미국 경제 하강시 주가 상승세는 크게 꺾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ANT 업체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보다 ‘낙관’의 목소리가 더 크다. 이들 3개 업체 중 우선 애플이 지금까지 이뤄 낸 성과와 향후 그려낼 미래에 대해 알아보자.
2년만에 시총 2조달러 넘은 애플.. 3년뒤엔 3조달러? |
24일 현재 애플의 시가 총액은 2조1,300억 달러로 수년 내에 3조 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 2018년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이후 클라우드 부문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잠시내주기도 했지만, 이달 24일만 놓고 봤을 때 아마존(1조6,500억 달러)이나 마이크로소프트(1조6,100억달러)와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 연말 상장 후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 영원히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사우디 아람코(약 1조8,000억 달러)의 몸값도 지난달 이미 뛰어넘었다.
애플의 강점은 자체 운영체제인 iOS에 기반한 ‘애플 생태계’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이 제조한 기기 판매량이 줄더라도 iOS용 콘텐츠 소비는 꾸준하기 때문에 애플은 여타 업체 대비 한층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애플의 강점은 수치로 잘 드러난다. 애플의 2020년 회계연도 3분기(2020년 4~6월)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은 596억8,500만 달러, 영업이익은 130억9,100만 달러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22%에 달한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20.9%) 대비 높으며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한국의 6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4%)과 비교할 경우 4배 이상 높다.
제품별 매출을 살펴보면 애플 특유의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욱 잘 드러난다. 애플의 2020년 회계연도 3분기 기준 매출은 아이폰(264억 달러), 서비스(131억달러), 맥(70억달러), 아이패드(65억달러), 주변기기(64억달러) 순이다. 애플의 주력인 아이폰의 매출은 전체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반면 앱스토어를 통한 각종 콘텐츠 판매 수익이 아이폰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또 무선 이어폰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에어팟’을 비롯해 ‘애플워치’ 등 주변기기 매출은 서비스 부문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불과 3년전인 애플의 2017년도 회계연도 3분기(2017년 4~6월) 기준 재무제표와 비교하면 애플의 단단해진 매출 구조가 더욱 잘 드러난다. 당시 애플 전체매출은 454억800만 달러로 세부적으로는 아이폰(248억 달러), 서비스(72억달러), 맥(55억달러), 아이패드(49억달러), 주변기기(27억달러)순이었다. 3년새 아이폰 매출 비중은 크게 줄어든 반면 서비스와 주변기기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애플이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업종 전환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단단해지는 '애플 생태계' |
다만 글로벌 PC·서버용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 CPU는 연산 기능은 뛰어나지만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 된 ARM의 아키텍처(일종의 반도체 설계도) 기반 칩 대비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 애플이 맥 시리즈 출시 시기를 인텔 CPU 출시 시기와 조율해야 하는 점도 마뜩치 않은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은 ARM 아키텍처 기반이라, 관련 앱을 인텔 아키텍처 기반의 맥에서 사용하려면 별도의 최적화 과정이 필요해 애플 생태계 확장의 제한 요소로 평가 받았다. 애플이 지난 6월 연례 개발자 행사인 WWDC에서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TV’ 생태계 공고화를 위해 맥에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물론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0% 후반 정도로 삼성전자(005930)와 구글이 중심이 된 안드로이드 OS 진영 대비 점유율이 낮다. 화웨이, BBK(오포와 비보의 모회사),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 점유율을 모두 더한 수치와 비교할 경우 절반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한 고가제품 전략 및 자체 제작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반의 뛰어난 제품 경쟁력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몸값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2’를 출시하며 중국 업체의 주요 시장인 중저가 라인도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폰SE2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1’에 들어간 AP인 ‘A13 바이오닉’을 탑재해 배터리 성능 등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격대성능비(가성비)’가 높은 제품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 수익 보다는 서비스 매출 확대를 노리고 아이폰 SE2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드로이드의 진영의 공격에도.. '제국' 완성한 애플 |
하지만 애플은 PC와 다른 모바일 시장 환경에 최적화된 전략을 기반으로 ‘애플 제국’을 완성해 낸다. 애플은 2~3년에 불과한 스마트폰 교체 주기 및 이용자와 24시간 함께하는 모바일 환경의 특수성에 맞춤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다. 무엇보다 자사용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닫힌 생태계’로 안드로이드 진영과는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해 냈다. 안드로이드 OS 이용자들의 평은 다르긴 하지만 사용자 친화적인 애플의 ‘이용자환경(UI)’ 또한 애플의 강점이다.
앞서 언급했 듯 서비스 부문 생태계도 애플 제국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비교적 쉽게 앱을 업로드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관련 앱 판매액의 30%를 수수료 벌고 있다. 최근 애플의 앱 판매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앱스토어 론칭 초기만 하더라도 ‘애플 덕분에 통신사 위주의 불공정한 앱 시장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애플은 선진국 등 소비력이 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여, 단순 스마트폰 점유율 기준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애플의 2020년도 회계연도 3분기 기준 매출 및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을 위주로한 아메리카(270억달러·45%), 유럽(141억달러·23%), 중화권(93억달러·15%), 일본(49억달러·8%) 순인 반면 한국을 포함한 여타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42억달러로 7%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맥이나 아이폰을 쓰지 않을 경우 “왜 애플 제품을 안쓰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다.
이 같은 애플의 성공에 기여한 인물로는 공급망 관리(SCM)의 달인이자 스티브잡스가 자신의 후임으로 전권을 맡긴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첫손에 꼽힌다. 팀쿡은 외부에 제품 생산을 위탁할 경우 SCM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일부 반론에도 불구하고, 홍하이그룹 산하의 중국 팍스콘 공장에서 아이폰을 조립해 원가 부담을 크게 낮췄으며 지금도 이 같은 시스템을 문제 없이 운영중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를,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를 서로간 경쟁토록 해 비교적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 받는 것 또한 팀쿡의 수완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자체 개발하고 생산은 대만 TSMC에 맡기는 등 확실한 분업 구조를 구축한 점도 돋보인다. 팀쿡이 이끄는 애플은 스티브잡스 체제 대비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비롯해 에어팟 등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지속가능한 애플’을 만들어 냈다.
과연 꽃길만 걸을까.. "세상 가장 쓸데 없는 애플 걱정" |
다만 이 같은 애플의 미래에 그림자도 엿보인다. 우선 애플은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내놓은 삼성전자 대비 기술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 여부와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스마트폰 ‘폼팩터’ 변화에 애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고객군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화권의 ‘애국소비’ 및 양국간 갈등격화에 따른 중국의 무역제재 가능성 등으로 애플 매출의 15% 가량 되는 중화권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애플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다 주는 특유의 닫힌 생태계 또한 ‘양날의 칼’이다. 애플이 최근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율에 반발한 에픽게임즈(포트나이트 개발사)의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삭제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공룡들까지 애플 앱스토어의 독과점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팀쿡 CEO는 지난달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앱스토어 독과점 관련 문제에 대해 “애플은 가능한 모든 앱을 수용하고 싶으며 170만개의 앱스토어 앱 중 60개만이 애플이 만든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지만 독과점 관련 규제 리스크가 상당하다.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애플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곱씹어 볼 부분이다.
물론 IT 업계 종사자들은 ‘애플 걱정은 정말 쓸데 없는 것’이라며 ‘애플은 언제나 그랬듯 해답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