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이 또다시 뒷걸음질 친 반면 전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점유율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회선폭 미세화 공정 경쟁에서 TSMC 대비 반걸음 가량 앞선 느낌이지만 ‘트랜지스터 집적도’ 등 여타 부문 경쟁력은 TSMC에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 삼성의 미래핵심 비전인 ‘반도체 2030’ 달성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25일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4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35억3,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 상승한 반면, 점유율은 17.4%로 직전 분기 대비 1.4%p 하락했다. 트렌드포스 측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0’의 판매부진에 따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발주량 감소가 파운드리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출시한 ‘갤럭시노트20’에 갤럭시S20에 채택한 ‘엑시노스990’을 또다시 탑재하는 등 신형 AP 출시 일정을 미루고 있어 삼성파운드리 사업부의 연내 매출 증대가 쉽지 않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파운드리 가동 차질 우려 등으로 여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의 사전 주문이 늘며 매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것은 한숨 돌릴 수 있는 부분이다.
TSMC는 올 3분기에 직전분기 대비 2.4%p 오른 53.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수요 확산으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데다 애플·퀄컴·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주요 팹리스 업체들을 확실한 고객군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는 등 ‘선단공정’에서 TSMC 대비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TSMC와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더인포메이션네트워크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웨이퍼 1개당 3,338달러 어치의 매출을 기록해 삼성전자(2,490달러) 대비 수익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UMC(1,620달러), 글로벌파운드리(1,680달러), SMIC(1,560달러)와 비교하면 웨이퍼 1개당 매출이 높긴 하지만 TSMC와의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는 TSMC와 같은 5나노(1나노=10억분의 1m) 공정을 현재 주력으로 내세우지만 반도체 미세 선폭이 아닌, 반도체 집적도 수치를 놓고 볼 경우 이 또한 TSMC가 한발 앞서 있다. 반도체 성능 리뷰 사이트인 테크센튜리온에 따르면 ‘제곱밀리미터당 메가트랜지스터 집적도(MTr/mm²)’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 제품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95.3을 기록했다. 반면 TSMC의 7나노 EUV 제품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115.8로 삼성전자 대비 높다. 똑같은 10나노 공정을 높고 봤을 때도 삼성전자가 생산한 칩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51.8을 기록한 반면 TSMC는 60.3을 기록해 보다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인텔의 10나노 공정 기반 제품의 집적도가 100.8을 기록해, 삼성전자 대비 한 세대 뒤쳐진 회선폭 기술에도 불구하고 보다 높은 집적도를 기록한 점도 삼성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트랜지스터 집적도 부문에서 한층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야지만 TSMC 추격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트랜지스터와 게이트 접점을 늘리는 이른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적용에 이어 ‘멀티브릿지채널(MBC) 펫’ 공정을 추가로 적용해 파운드리 1위 등극에 고삐를 죌 방침이다. 하지만 TSMC 또한 올해 설비투자 예상액을 기존 150~160억 달러에서 최근 10억 달러 가량 추가로 늘려 잡으며 투자 확대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추격이 버거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