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며 재도약을 노리는 삼성중공업(010140)이 운영자금 조달을 대폭 늘렸다. 악화된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한편 계약 후반(선박 인도시)에 대금이 유입되는 ‘헤비테일(Heavy-tail)’ 사업구조에 따른 대규모 현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날 3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18일에도 250억원을 조달해 이달에만 550억원어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지난달에도 300억원어치 사모사채와 2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등 하반기 순차입 규모를 늘려가는 상황이다.
상반기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한 영향이 컸다. 회사는 2·4분기 연결기준 7,0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1조6,915억원으로 전분기(1조8,266억원)와 전년 동기(1조7,704억원) 대비 줄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가 급락과 시추산업 침체로 드릴쉽 재고가치가 하락하는 등 비경상 손실이 늘어났다. 세계 각국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공정이 지연된 것도 적자 폭을 키웠다.
현금흐름이 악화한 가운데 운전자금 부담이 늘면서 차입 규모도 커졌다. 삼성중공업의 2·4분기 총차입금은 5조원이 넘는다. 이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차입금이 3조2,000억원에 이른다. 같은기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조 단위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2018년 당시로 재무구조가 회귀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투자심리도 부담이다. 재무지표 개선이 늦어져 향후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커질 경우 시장성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날 발행한 삼성중공업의 사모사채도 SPC를 거쳐 유동화증권으로 재발행됐다. 회사의 신용등급이 ‘A3-’나 ‘BBB-’ 이하로 하락할 경우 강제로 조기상환하는 조건도 붙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기 때문에 실적 변동성이 아직 큰 구간”이라며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건실한 재무구조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상반기에도 재고자산인 드릴십을 5척을 유동화해 약 7,000억원을 조달했다. 단기에 치중된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날 초대형 에탄 운반석 2척 수주 소식에 이어 하반기 선박 인도 척수도 29척으로 늘어나면서 현금흐름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해상물동량 하락폭도 줄어들 전망이고 컨테이너선 운임도 오르면서 추가 발주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라며 “특히 삼성중공업의 경우 드릴십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추후 유가 및 가동률 반등시 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