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작곡가 조은화 “베토벤은 내 성장을 비추는 거울”

‘클래식 레볼루션’ 위해 독일서 귀국·자가격리

30일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 공연

베토벤 오마주 작품으로 오케스트라 버전 편곡

“클래식, 현장서만 ‘움직이는 소리’ 만끽 가능…

상황 회복돼 공연장서 함께 경험하길” 바람도




“베토벤은 제게 거울 같은 존재죠. 나를 돌아보는 데 가장 용이한 작곡가입니다.”

작곡가 조은화(사진)의 베토벤을 향한 존경은 작품으로 완성됐다.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 2018년 독일문화원 50주년 기념 음악회를 위해 위촉받아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를 작곡해 초연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에 영감을 받아 쓴 일종의 ‘베토벤 오마주’ 곡이다. 2009년 시작한 연작 중 유일하게 제목이 붙은 이 곡은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마지막 날인 30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인 크리스토프 포펜의 지휘로 서울 튜티챔버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 조은화는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베토벤은 내게 매년 역주행과 같다”며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한국에 와 2주간 격리 생활을 하며 TV를 통해 ‘역주행’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는 그는 들을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베토벤이야말로 자신에게 역주행 같은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베토벤의 음악은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베토벤 음악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등을 돌아보게 해요. 항상 새로움을 주고, 해를 거듭할수록 (베토벤의 음악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베토벤은 제게 매년 역주행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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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화는 2002년 한스 아이슬러 프라이스 작곡 부문에서 우승했으며 2009년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부조니 작곡상, 바이마르 작곡상,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 등 국내외 유명 작곡상을 받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30일 공연은 첼로 협주곡으로 만든 작품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유튜브를 통해 얻어지는 시대에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에 집중했다. 쉽지 않은 작업에서 떠오른 건 초연 당시 지인들의 감상평이었다. “초연 때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지인들이 와서 음악을 듣고는 ‘선생님 쓰나미 같아요’라는 감상을 들려준 게 기억났어요. 내가 의도하지 않은, 공간이 주는 의미가 또 생길 수 있겠구나 싶어 ‘공간에서 주는 울림’에 포커스를 두고자 했죠.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거리를 두고 앉아 연주하면 소리가 돌고 돌아 마치 휘몰아치는 것처럼 콘서트홀에 채워지지 않을까요.”

현장만이 선사하는 ‘그 맛’을 더 많은 관객과 공유하지 못하는 건 아쉬울 따름이다. 조은화는 “매체를 거쳐 들려지는 음악은 들려주는 것만 듣게 된다”며 “작은 소리는 키우고 큰 소리는 깎아 평균적인 소리만 들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클래식에서 중요한 것은 소리의 울림”이라며 “녹음 기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유튜브로 음악을 들었을 때는 작품이 주는 느낌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리가 나지 않는 순간의 긴장감, 때론 작은 때론 큰 소리가 안겨주는 떨림은 온전히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려운 시기, 고국에서의 의미 있는 무대를 위해 귀국한 조은화는 “빨리 상황이 회복돼 많은 분이 공연장에서 이 움직이는 소리를 같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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