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협상에 나서며 한층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던 의사단체와 정부가 ‘결렬’과 동시에 전면전에 돌입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고, 사직서까지 꺼내 든 의사들은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할 경우 전 회원의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며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오전8시부로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또 수도권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조사를 시작해 의사 개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이행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개별 의사가 실제 명령을 접수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최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면허 취소도 가능한 만큼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명령 자체를 받지 않기 위해 공무원을 피해야 한다거나 어느 병원에 조사를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등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로 회피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는 이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는 것(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분명히 있다”며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다음달 예정된 국가고시를 치르지 않겠다는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시험은 예정대로 치르되 취소 신청은 본인 확인을 거쳐 그대로 접수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3,000여명의 신규 의사 배출이 늦어지더라도 원칙을 지킨다는 의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한의사협회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날 서울 용산의 의협 사무실을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하며 협공을 펼쳤다. 의협이 1·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한 것이 ‘해당 단체 소속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때 의협이 ‘부당한 제한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이번 의협의 파업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리면 의협에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개인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를 할 수 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차 총파업이 시작된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의협 궐기대회에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후배 의사 단 한 명에게라도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 등 무리한 행정조처가 가해진다면 전 회원 무기한 총파업으로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의사들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악법”이라며 “위헌적인 이 법은 소송을 통해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조사를 두고서도 의협은 “2014년 원격의료 저지투쟁 당시에도 노환규 회장과 방상혁 기획이사가 고발당했지만 지난해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났다”며 “집단휴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세종=하정연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