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기관투자자의 숙명과 구성의 오류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

신현준 신용정보원장



지난 60년간 경제발전의 성과로 우리 생활 수준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저축을 통한 축적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 보험 및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3,000조원에 달하는 투자풀이 마련되고 있다. 이를 매개로 자본시장의 효율화를 통한 성장자금 조달이 확대되고 자산운용업의 도약도 기대됐으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들 포트폴리오 투자자에게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오랜 세월 경작하면서 과실을 거둘 농장과 같은 곳으로 한때의 수익률이나 손실 방어를 위해 갈아엎거나 떠날 수 없는 것이 ‘숙명’이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면서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릴 때 다수가 이기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미국 401k 연금과 주식시장의 선순환 구조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사례다.



국민의 노후 또는 불운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된 자금은 철저한 위험관리와 수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운용하는 한편 단기 관점이나 정치논리에 매몰돼 잠재 기회를 잃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간 노력으로 운용의 전문성과 투명성은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 앞으로는 국내 자산시장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을 주고 든든한 수요처 역할을 통해 장기 수익기반을 만드는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 경제를 글로벌 가치주로 볼 수 있다면 장기 포석의 일환으로 비중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연못 속의 고래가 되지 않기 위한 해외투자 확대도 필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위상과 잠재력에 상응한 전략적 자금배분을 통해 다음 산업물결의 성공스토리를 함께 써야 한다. 캐나다 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경제활력이 부족한 캐나다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미국시장 위주로 투자해 성과를 올린 후 글로벌 운용사에 영입된 사례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 경제의 저축자금이 단기수익만 고려해 투자되고 자국 기업의 성장과 자본시장의 발전에 활용되지 못한다면 장기침체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규모 포트폴리오 투자는 항공모함과 같아서 구성의 오류에 유의하면서 신중하게 변침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각자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 시스템의 성과가 보장된다고 상정하지만 자산시장에서 비중이 큰 투자자의 행동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100조원 규모로 국내주식 투자를 하는 A연금이 10%포인트 지수하락의 시점에 수익성과 위험관리 차원에서 국내에서 해외투자로 10조원을 전환할 경우 국내시장은 수요 부족에 따른 심리 악화로 8%포인트 추가 하락할 수 있다. 10조원(100×0.1)의 평가손실로 막을 상황인데 합리적 투자전략 변화가 하락장과 맞물리면서 16.2조원(90×0.18)의 더 큰 평가손실과 유가증권 시가총액의 150조원 추가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큰 그림을 보며 선제적으로 헤쳐나가는 지략과 풍파에 굴하지 않는 용맹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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