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의료기기 산다고 대출 받아 70억 강남 아파트 샀다…편법·불법 수두룩

정부, 4차 부동산시장점검관계장관회의 개최

고가주택 1,705건 조사…국세청 통보 555건 등

편법 증여, 사업자 대출로 집 사들여…관계기관 통보

집값담합·부정청약 등 30건 형사입건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매수한 A(30)씨. A씨는 아파트 거래 자금 중 7억5,000만원을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조달했다고 신고했다. 해당 법인의 대표는 A씨의 아버지였다. 정부 조사 결과, A씨는 일부 지분을 갖고 있긴 했지만 지분(0.03%) 대비 배당금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법인 대표인 A씨 아버지가 A씨에게 주택 구입자금 명목으로 편법 증여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2. 의료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B씨는 서울 강남구 소재 70억원 상당 고급 아파트를 매수했다. B씨는 아파트 구입 시기와 맞물려 시중의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의료기기를 구입할 것”이라며 개인사업자 대출로 26억원을 받았다. 정부는 조사 결과 B씨가 해당 대출금을 원래 목적인 의료기기 구입이 아니라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체결된 전국 고가주택 거래 1,705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더니 이중 811건에서 현행법 위반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정부는 이중 탈세 의심사례 555건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형사처벌 대상인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실거래 조사 및 불법행위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중 1705건의 이상거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811건의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확인했다”며 “실거래 조사와 별개로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온라인 집값담합, 부정청약, 투자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과 한국감정원 ‘실거래상설조사팀’이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실시한 조사 결과다. 정부는 조사 기간 동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중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1,705건에 대해 거래대금 증빙자료, 금융거래확인서 등 관련 증빙자료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8월까지 소명자료 검토 등 조사가 완료된 1,705건 중 친족 등 편법증여가 의심되거나 법인자금을 유용한 탈세 의심 건 등 총 555건을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또 다른 용도로 법인 또는 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등 대출 규정을 위반한 의심 사례 37건을 적발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새마을금고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각각 통보했다. 이밖에 부동산실명제 상 금지되는 ‘명의신탁약정’ 등이 의심되는 8건은 경찰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계약일 허위신고 등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의심되는 211건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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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조세 및 대출규제 회피 수단으로 지목된 법인 이상거래를 집중 점검했다. 정부는 대응반 소속 금융위·국세청·금감원 조사관과 감정원 전문인력을 투입해 투기적 법인거래, 자금출처 분석, 대출 용도 점검 등 소명자료 분석을 고도화해 대응했다. 그 결과 사업자 대출 규정 위반 의심 건이 다수 확인됐다.

이날 부동산범죄 수사 중간 결과도 발표됐다. 대응반은 부동산시장 범죄행위 수사 결과 총 30건(34명)을 형사입건했고 이중 수사가 마무리된 15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심 사례 395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형사입건한 30건을 유형별로 보면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행위가 13건(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위장전입을 하거나 특별공급 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아파트를 부정당첨 받은 행위도 9건(12명)이 적발됐는데, 향후 수사를 확대할 경우 수사 대상자가 최대 26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거주하지 않고 지역 고시원 업자에게 돈을 주고 위장전입 한 뒤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거나 장애인에게 접근해 청약 특별공급을 받은 뒤 되팔아 차익을 얻은 경우 등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탈세 의심사례로 통보받은 자료 중 자금출처와 변제 능력이 불분명한 세금 탈루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위·행안부·금감원도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사례에 대해 금융회사 점검 등을 통해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금 사용 목적과 다르게 용도 외 유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대출금 회수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부동산실명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지자체는 과태료 부과 등 실효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응반은 추가로 서울·수도권 주요 과열 우려지역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기획조사도 실시하는 중이다. 향후 조사 진행상황을 감안해 연내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응반은 현재 진행 중인 부정청약 사건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른 토지거래허가 위반행위 및 중개대상물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를 적극 단속하고 필요 시 수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반장인 김수상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시장 거래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엄정한 단속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며 “앞으로도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실거래 조사와 부동산 범죄수사를 계속해나갈 계획 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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