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게임업체와 사회적 책임

한기석 논설위원

코로나19 탓에 아이들 게임시간 늘어

게임업체 깜짝 실적 학생 고객 역할 커

돈 벌었으면 사회적 책임도 생각할 때

저소득층에 도움 그만한 보람 없을 것

한기석



고2 아들의 2학기 수업이 26일 시작됐다. 1학기 때는 그래도 격주로 등교했는데 이제는 등교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오는 9월11일까지 2주 이상 온라인 수업이다. 2학기부터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니 아들의 학습 태도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들은 1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에 대해 심드렁해했다. 듣지 않아도 될 내용이라며 컴퓨터만 켜놓은 채 잠을 자기 일쑤였다. 완전히 끊은 줄 알았던 게임을 슬며시 다시 하는 걸 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원망스러워졌다.

많은 학부모가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아이 공부 문제 때문에 고민했을 것 같다. 학교 수업이 갑자기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거나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신경이 쓰인 것은 게임이 아니었을까. 그러잖아도 게임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하는 아이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도 때도 없이 게임을 즐겼다.

올 들어 국내 게임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린 데는 아이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게임업체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뛰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은 2·4분기에 3,0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1년 전보다 106% 증가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게임 문외한들도 들어봤을 이름의 게임이 대박을 터트린 결과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히트를 치며 2·4분기에 전년보다 61% 늘어난 2,0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넷마블·컴투스·게임빌 등 수많은 게임업체가 전례 없이 풍성한 실적을 냈다.


“택진이형 밤샜어요?”라는 광고로 더욱 유명해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상반기에 게임·정보기술(IT) 업계 경영진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그가 받은 상반기 보수는 132억9,2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실적에 따른 상여가 122억7,600만원이다. 이렇게 대단한 실적, 이렇게 엄청난 상여를 안겨준 학생 고객들에게 게임업체와 업체 경영진이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학부모의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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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를 지나온 지금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력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중위권 이하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학력이 전반적으로 저하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결과를 보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영역에서 중위권이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심화했다. 솔직히 아이들의 학력 저하와 학력 격차를 발판 삼아 게임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업체와 업체 경영진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가져야 한다.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는 인터넷 강의와 교재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메가패스라는 상품을 판다. 이 상품을 산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및 전국 의대·치대·한의대에 합격하면 수강료의 300%를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돌려받는다. 그 외 주요 대학에 합격하면 100%를 환급받는다. 물론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겠지만 실제로 수강료를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사교육으로 돈을 버는 메가스터디가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아이들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볼 수 있다.

메가스터디처럼 게임업체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학교 내신성적이건 모의고사 성적이건 점수가 높아지고 등수가 오르면 100만원도 더하는 게임 아이템을 장학금으로 주면 어떨까. 변변한 스마트기기를 갖추기도 벅찬 저소득층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부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아이들이 코로나19 환경에 슬기롭게 적응한다면 그만한 보람이 또 있을까. hanks@sedaily.com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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