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가 26일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안’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의 2024년 총부채 규모는 55조6,362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에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 부실 의혹이 드러난 2015년 당시 부채(55조9,000억원)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각사별로 보면 석유공사의 부채는 10년 전보다 2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 감축폭(1조1,976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15년 자원공사 3사 중 부채가 가장 많던 가스공사 역시 2024년에도 30조원이 넘는 빚을 거의 줄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원 공기업이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해외 자원개발사업 실패 여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정부는 부실자산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2010년 전후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유가가 2013년 들어 반토막 나면서 부실자산을 처리는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처분하지 못한 해외자산에서 대규모 손상차손까지 발생하면서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경우 2024년까지 1조원대의 손상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한 부채를 줄이려 알짜 자산까지 매물로 내놓는 판이지만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불분명하다. 저유가 기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헐값에 판다 한들 앞으로의 수익원이 사라지는 터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광물자원공사는 이번 중장기 재무 관리안에 ‘자산 매각 완료 후 자체 수익원이 없는 산업 진흥기관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남은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좀비기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자원공기업의 재무구조가 재기 불능 상태로 치닫는 데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작용했다. 정부는 2017년 1차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선 구조조정, 후 정부 지원’ 원칙을 내세웠다. 자산을 다 팔고 난 뒤에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2차 TF를 조직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자원 개발을 적폐시하는 여론이 여전한 터라 과감한 지원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자원개발 전문가는 “앞서 정부가 이자비용이라도 지원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우량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도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