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다고 하더라도 증상이 없을 경우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혀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층이 압력을 넣은 결과란 발언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연방정부 보건 관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관리는 CDC가 개정해 새로 내놓은 코로나19 검사 지침에 대해 “그것은 위로부터 내려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연방 보관 당국자 2명을 인용, CDC가 트럼프 행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코로나19 검사 지침을 수정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CDC는 지난 24일 홈페이지 올린 개정된 코로나19 검사 지침에서 무증상자는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더라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새 지침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과 최소한 15분간 긴밀히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당신이 고위험군이거나 의료 종사자가 아닌 한 꼭 검사받을 필요는 없다”고 돼 있다. 이는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환자 또는 감염 의심자와 긴밀히 접촉했다면 검사를 받는 게 적절하다는 종전의 권고를 뒤집은 것이다.
CDC가 이처럼 지침을 바꾸자 일선 의사한테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지워싱턴대학 공중보건 교수 리애나 웬은 “이것(검사)은 감염자의 접촉자 추적에 핵심이다. 특히 전체 감염의 최대 50%가 증상 없는 사람들 때문이라면 왜 지침이 바뀌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DC 대변인은 이런 지침 변경에 대해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HHS)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브렛 지로어 차관보는 “지침은 현재의 증거와 최선의 공중보건 관습을 반영하고, CDC가 승인한 예방 전략을 따르도록 더 강조하기 위해 업데이트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지침 변경에 자신뿐 아니라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와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인 데비 벅스 박사,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이 관여했으며 그 초점은 더 적절한 검사를 하는 것이지 검사를 덜 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침 개정과 관련한 회의가 열렸을 당시 파우치 소장은 성대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 중이어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그는 이번 개정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CDC의 지침 변경이 코로나19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가 많이 이뤄지면서 그만큼 더 많은 환자가 나오고 있다고 수차례 말한 바 있다. 에모리대학 의학대학원의 전염병 전문가 칼로스 델 리오 박사는 CDC가 이번 지침 변경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델 리오 박사는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증거는 코로나19 환자의 약 40%가 무증상자라는 것과 무증상자들도 이 병을 전파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CDC를 선거운동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유일한 그럴듯한 이유는, 대통령이 말했듯, 검사를 안 하면 코로나19 양성인 사람들의 수가 내려가기 때문에 그들은 더 적은 사람이 검사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로어 차관보는 “우리는 검사를 덜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검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