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열리는 유럽연합(EU) 고위급회담의 외교 의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안건이 제외되면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EU와의 미래관계를 설정하지 못한 채 탈퇴하는 것으로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가 뒤따르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주요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을 맡은 독일이 다음달 2일 열리는 EU 고위급회담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논의하려던 계획을 폐기했다고 한 EU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외교관은 “EU와 영국 간 협상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없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의제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에 대한 EU와 영국 간 협상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브렉시트 이후 EU의 미래를 논의했으며 양국은 공동으로 영국 정부에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U의 한 외교관은 “최근 몇달간 프랑스와 독일이 브렉시트를 포함한 쟁점에 대해 의견을 재조정했다”며 “이를 고려할 때 독일과 프랑스의 백기사가 구조하러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소용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브렉시트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디언은 브렉시트가 의제에서 제외된 만큼 EU에서도 비관론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협상 초기 이탈리아의 유럽 담당 부처 장관이었던 산드로 고치 이탈리아 유럽의회 의원은 “메르켈 총리나 마크롱 대통령조차 이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영국 입장에서는 노딜이 실질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구체적인 진전 없이 나날이 노딜 브렉시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EU 외교관은 영국 정부 내에서 노딜 브렉시트 주장이 단일시장 접근을 얻고 다른 것을 양보하자는 실용노선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영국이 “좀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이 된다면 여전히 회담을 이어갈 기회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