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로라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등 남부 멕시코만 지역을 휩쓸며 현재까지 최소 4명이 사망하고 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4등급 허리케인 로라는 시속 241㎞의 강풍을 동반하며 이날 새벽 1시쯤 루이지애나주를 상륙한 뒤 내륙으로 북상했다. 상륙 당시 로라의 최고 풍속은 역대 허리케인 풍속 중 가장 거센 시속인 150마일(241.4㎞)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고 그대로 주택을 덮쳐 14살 소녀와 68세 노인을 비롯해 총 4명이 숨졌다.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에서는 전봇대가 줄줄이 넘어지며 80만6,000가구가 블랙아웃(정전) 상태에 놓였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로라가 상륙한 지 11시간이 지나며 열대성 폭풍으로 약해졌지만, 여전히 시속 80㎞의 거센 바람과 함께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라의 이동 경로에 있던 인구 8만 명의 루이지애나주 산업도시 레이크찰스는 강력한 비바람에 쑥대밭이 됐다. 수많은 가옥과 상점이 강풍에 무너지거나 물에 잠겼다. 건물 지붕과 차량이 힘없이 날아가고, 22층 고층빌딩의 창문이 바람에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레이크찰스 주민 브렛 게이먼은 “어제만 해도 멀쩡하게 있던 집들이 지금은 사라졌다”며 “1,000개의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고 상륙 당시 허리케인의 위력을 전했다. 허리케인에 시설이 파손된 레이크찰스 화학 공장에서는 염소가 유출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현지 당국은 주민들에게 유독 가스 피해를 막기 위해 문과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끄라고 명령했다. 또한 레이크찰스 인근 10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다리에 배에 부딪히면서 주변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다만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정부는 초기 집계 결과,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며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재앙적 수준의 피해는 없었지만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고,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부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것을 우려해 대피소로 이동하지 않고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돼 당국은 이들의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루이지애나 재난 당국은 “피해 지역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빨리 구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홍수와 도로 파손 등으로 현장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초강력 허리케인이 북상하며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로 올랐던 국제 유가는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8%(0.35달러) 떨어진 43.0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21%(0.55달러) 내린 45.0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로라의 여파로 문을 닫은 원유 생산시설이 빠르게 정상 가동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