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찍 호전되더라도 성장률은 -0.9%가 될 것으로 예상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점쳤다. 코로나19 상황이 연말까지 악화하면 성장률은 -2.2%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 후 “기준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했다”면서 올해 경제를 이같이 전망했다. 5월 한은은 올 성장률을 -0.2%로 봤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1%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도 직전 3.1%에서 2.8%로 낮췄다.
한은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소비 개선 흐름이 약화하고 설비투자 회복도 제약됐으며 큰 폭의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졌다”면서 “향후 경기회복도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역성장이 현실화하면 1980년(-1.6%)과 1998년(-5.1%)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한은은 -1.3% 성장률에 대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3~4월 1차 유행 기간 정도로 끝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라며 재확산이 겨울까지 이어지면 올해 성장률은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성장률 전망은 거리두기 2단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 3단계가 되면 실물경제 회복세가 제약을 받아 주가와 환율에도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와 관련해 “코로나19에 대응할 여력은 있다”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다른 정책수단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V자반등' 외쳤지만…장마에 코로나 덮쳐 '골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2년 만에 역성장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10월까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서 ‘V자 반등’을 강조하며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모두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4분기부터 경제가 V자 반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한국은행은 27일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3%, 내년에는 2.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전망치 -0.2%에서 1.1%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연간 성장률이 -1.3%가 되려면 3·4분기와 4·4분기 성장률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 후반대를 기록해야 한다.
◇10월까지 코로나 진정 안 되면 성장률 -2.0%=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5월에 이어 이번에도 시나리오별로 전망치를 발표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최근의 재확산 움직임이 올해 초와 비슷한 40~50일 동안 지속되다 10월부터 진정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1.3%를 예상했다. 코로나19가 가라앉지 않고 겨울까지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2.2%, 빠르게 진정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0.9%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기본 시나리오뿐 아니라 비관적·낙관적 시나리오까지 모두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플러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했다.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린 데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15일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만약 코로나19 재확산이 없었다면 성장률을 -1%대까지 하향 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사상 최장기간 지속된 장마가 성장률을 더 끌어내렸다. 한은은 이번 장마와 집중호우가 3·4분기 성장률을 0.1~0.2%포인트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길어진 장마로 평년보다 기온이 떨어져 에어컨·선풍기 등 판매가 저조했고 여행이나 야외활동도 줄면서 음식·숙박업과 같은 서비스업마저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취업자 수는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제조업과 건설업마저 어려운 만큼 13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하반기에만 취업자 수가 21만명 줄어들면서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0.4%로 5월 전망치(0.3%)보다 소폭 상향 조정했다. 2·4분기 이후 국제유가가 반등했고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1.0%로 예상했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땐 주가·환율까지 줄줄이 충격
◇거리두기 3단계 땐 전망치 더 낮아질 듯=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을 0.1%로 제시한 정부도 역성장 가능성을 시인했다.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도 6월 초 0.1%라는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당시에도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었다”며 “2·4분기 실질 GDP -3.3%, 그리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반응속도가 지연되는 것을 고려할 때 6월 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추이가 꺾이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다. 사실상 봉쇄조치로 볼 수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주가와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현재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리 인하 효과와 향후 전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은 국고채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매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장기 채권 금리를 관리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에 대해서는 활용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인의 국고채 수요가 상당히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철·조지원기자 runiron@sedaily.com
/세종=하정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