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땀이 보상받는 세상" 꿈꾸던 김해영의 마지막 쓴소리 "잘못은 인정하자"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요 현안마다 소신발언을 이어온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의 한사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도부 임기가 끝나는 28일 민주당을 향해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들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한다”며 마지막 쓴소리를 남겼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현안에 대해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노력했다. 당의 주류의견과 다르더라도 소수의견을 과감하게 말하는 것이 당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길이고, 그것이 국민 전체와 당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최고위 발언으로 지난 2년간 집권당의 지도부로서 아쉬움이 남는 점을 중심으로 말씀드릴까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첫 번째로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사안에서 국민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크게 일어났고 지금도 당시의 국민적 갈등이 잠재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당시 당에서 국민적 갈등을 조정하고 수습하는데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털어놨다.

검찰개혁을 놓고도 “누구에게나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하면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여러 민생현안을 시급히 챙겨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적절히 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가 잘못에 대처해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들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지도부에서 그러한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사람이든 정당이든 완벽할 수 없고, 누구나 실수 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솔직하게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국민들께서도 웬만한 것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한 잘못 인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시지 못할 정도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면되는 것”이라며 “실수나 잘못보다도 이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부분을 두고는 “저출생 문제, 부동산 문제 등 국가적 문제의 많은 부분들이 국가균형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임기 내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하여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일갈했고, 청년문제에 대해선 “결국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의 핵심인데 지도부 임기 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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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좌석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좌석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진정되고 나면, 국회가 헌법 개정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최고위원은 헌법 개정 필요성의 한 예로 “급여를 모아서는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지금의 청년들은 헌법에서 보다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주거권을 보장해 주길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는 함께 당 지도부를 이끈 이해찬 대표 등에게 인사를 남겼다. 김 위원은 “지난 2년간 일본의 부당한 경제적 공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내고,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방역과 경제 회복에 최선을 다하신 이해찬 대표님을 비롯한 박주민, 박광온, 설훈, 남인순, 이형석, 이수진 최고위원님 고생 많으셨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 역시 최고위원으로서 지난 2년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차기지도부를 도와 대한민국이 코로나19 국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또 그동안 쌓은 경험이 우리 사회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최고위원회 활동에 많은 응원과 지지, 때로는 질책을 보내주신 국민여러분들과 당원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국민들을 대신하여 최고위원회에 많은 관심과 취재를 보여주신 언론인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2016년 총선에서 39세 나이로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모 집에서 자랐고, 학창 시절 가출·복학·전학을 반복하며 고등학교를 4년 만에 졸업할 만큼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 암 투병 중인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법대에 진학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흙수저’ 집안에서 자라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등 자수성가해, 국회의원의 길을 걷는 점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지난해 ‘조국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당내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놓으며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 최고위원은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는 이런 세상을 꿈꿉니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되지 않는 세상,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세상, 성실하게 땀 흘린 사람이 보상받는 세상, 제가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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