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골목경제 공정화 '어벤저스 팀' 꾸려 해결하자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변호사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변호사)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변호사)



최근 박정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일부 개정안,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가맹사업법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해 왔던 공정거래에 관한 감시 권한을 지방정부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기도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공정경제 4법이라 불리는 대규모유통업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에는 공정거래 감시 권한으로서 실태조사권, 조사·처분권, 분쟁조정권, 고발요청권을 두고 있는데, 2018년 12월 31일경까지 이들 권한은 모두 공정거래위원회만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9년 1월 1일경부터 경기도·서울·인천 등 4개 지방정부가, 2020년 3월부터는 부산까지 포함해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에 있어서의 분쟁조정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유하게 됐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공정경제과 내 설치된 공정거래지원센터에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업법에 관련된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약 27일 정도로 다른 어떤 분쟁조정 기관에 비교해보더라도 대단히 신속한 편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불공정행위에 관련된 분쟁조정 접수가 들어오는 즉시 사건에 전념을 다 한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사자들과 수차례 상담하고 적절한 해결안을 제시하니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끼리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불공정 사건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신속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맹본부와의 거래에서 불공정을 경험한 가맹점주의 경우, 점주가 원하는 것은 불공정한 거래관계를 시정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자신의 사업을 잘 영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점주가 불공정 문제에 관해 이슈를 제기하는 순간 가맹본부는 점주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그 결과 점주는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사건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점주가 폐업하게 되는 확률은 더 높아진다.


그런데 지금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히어로 한 명이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공정 사례를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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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매년 국정감사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처리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범위는 수천억원 규모의 대기업 독점카르텔에서부터 수천만원 규모의 가맹사업 분쟁에까지 이른다. 인력과 시간이 한정적이라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왜 히어로가 반드시 한 명이어야만 하는지에 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모든 종류의 구조에는 골든 타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경기도는 꾸준히 공정거래위원회에 함께 어벤저스팀을 꾸려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는 해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중복 조사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지방정부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정 거래 감독 권한의 공유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명확한 사건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고, 관할 설정을 통해 중복 조사를 지양하고,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무원들을 새로 채용해 전문성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반드시 가장 강한 히어로만이 시민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전투에서는 헐크가, 어떤 전투에서는 호크 아이가, 또 어떤 전투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더 눈부신 활약을 하는 것처럼 여러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힘을 합치면 골목 경제 공정화를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공정경제 4법 전반에 관한 감시 권한은 경기 도내 소상공인들의 생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경기도에는 소상공인 한 명이 당한 불공정이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의지의 측면에서는 경기도가 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해 동원하는 한정적인 방법 외에도 경기도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행정수단을 동원하여 더 큰 틀에서의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가맹점주단체의 구성과 운영을 지원하여 가맹점주들과 가맹본부가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기도가 가진 서로 다른 능력이 조화를 이루면 불공정 문제 개선에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 불공정에 맞서 싸우는 전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혼자서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여러 (지방정부) 동료들과 팀을 꾸려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어떨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상공을 보호하고, 골목에서는 경기도가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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