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몇 가지 미해결 문제에 도전해 긴 역사를 가진 복소기하학 분야에서 독자적인 색깔이 있는 연구로 세상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수학 분야 신규 연구단인 복소기하학연구단(Center for Complex Geometry)의 황준묵(사진) 신임 단장(고등과학원 교수)은 31일 “지난 21년간 몸 담았던 고등과학원과는 색다른 분위기인 IBS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단은 IBS 대전 본원에서 9월1일 출범한다. 이로써 IBS에는 수학 분야 연구단이 기존 기하학 수리물리 연구단(단장 오용근)과 함께 2개로 늘었다. 전체적으로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융합, 수학까지 31개 연구단이 됐다.
노도영 IBS 원장은 “황 단장은 연구뿐 아니라 국내 수학 분야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복소기하학 연구단의 출범이 수학 공동체의 발전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 단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 박사를 땄다. 미국 수리과학연구소(MSRI)에서 연구했고, 노트르담대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고등과학원 교수로 근무해왔다. 그동안 복소기하학(실수보다 더 큰 집합인 복소수로 표현되는 공간을 연구하는 분야)과 대수기하학(대수적 방정식들로 정의될 수 있는 도형을 연구하는 분야) 연구를 진행해 왔다.
황 단장은 독창적인 방법론으로 기하하계의 여러 난제를 해결해왔다. 1999년 라자스펠트 예상을 증명하고, 복소사교기하학에서의 ‘마쓰시타 문제 해결’(2008년), ‘보빌 예상 증명’(2013년) 등을 통해 세계적인 수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히르쇼비츠 예상의 증명을 발표했는데, ‘방정식의 멱급수 해가 언제 수렴하는가’에 대한 이 예상은 1981년 히르쇼비츠가 제기한 이후 진전이 없던 문제였다. 그는 한국과학상(2001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2006년), 호암상(2009년) 등을 받았으며 2010년 국가과학자로 선정됐다. 수학 학술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크렐레 저널’을 비롯한 여러 저명 학술지의 편집인을 맡아 국제 수학계의 리더 역할을 해오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황 단장은 서로 다른 수학 분야들의 교차점에서 최전선의 연구를 해왔다”며 “특유의 독창성과 높은 인지도를 토대로 연구단을 이끈다면 세계 어느 연구소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IBS는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순수 기초과학연구를 장기·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곳으로 세계적 과학자가 다수 소속돼 있다. 하지만 중이온가속기 건설 구축 사업비를 제외하고 연구단의 연구사업비를 포함한 경상비·인건비·시설비 등 기관 예산이 2018년 2,451억원에서 지난해 2346억원, 올해 2237억원으로 감소추세다. 지난해 2~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종합감사에서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등의 도덕적 해이가 적발돼 이후 남홍길 단장이 해임되고 형사고발됐으며 문제가 된 연구비 환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