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으로 의사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북한에 재난이 발생하면 남한의 의료인을 긴급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의료인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전남·전북의 공공의대 신설안과 맞물려 일종의 ‘게이트’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들은 정부가 ‘의사들은 돈을 많이 버니 밥그릇을 깨도 된다’는 명분으로 의사 증원을 추진하면서 지역 의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대책을 들고 와 지지층을 자극하고 자기 표밭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시·도지사 학생 추천, 시민단체 추천 개입, 의사 공공재 취급 및 재난 강제동원에 유사시 북한 급파 입법 추진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부와 여당의 모든 행동을 일련의 시나리오처럼 해석하는 ‘음모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31일 상당수 의료인들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남북의료교류법)’에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해당 법안의 9조가 문제가 됐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법 9조 1항은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 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2항은 ‘북한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재난 구조·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 또는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북한 재난 상황에 의사 등 각종 의료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법이다.
이에 앞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재난기본법)’도 의사들의 비판 대상이 된 바 있다. 이 법안 34조 1항은 재난 관리 책임기관이 비축·관리해야 하는 장비·물자·시설에 인력을 포함했다. 의사들은 곧장 “공무원이 아닌 의료인을 공공재나 강제징용 대상으로 삼았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남한의 자원을 넘어 ‘북한 급파’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법안까지 마련하자 반발 수위는 훨씬 더 높아졌다.
논란이 일자 신현영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대한 부분은 실제 북한 의료인과 교류협력을 원하는 의료인을 상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강제성’을 가지고 ‘의료인력 파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당연히 수정 또는 삭제 가능성이 있음을 말씀 드린다”고 한 발 물러섰다. 또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하여 의료인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아닌 ‘남한’으로 표현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남북한 용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정 가능함을 덧붙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