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與 586 의혹과 삼성에 대한 검찰의 이중잣대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조사해온 검찰이 조만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친문(親文) 성향이 강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여러 차례 수사팀에 “이 부회장을 빨리 기소하라”고 채근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만일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리면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정면 거부하게 되는 셈이다.


운동권 출신 태양광사업가인 허인회씨는 최근 여권 인맥을 동원해 특정 도청탐지 업체의 공공기관 납품을 위한 청탁을 도와주고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씨는 총선에도 두 차례 출마했던 586세대로 과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허씨는 평소 잘 아는 여당 의원들에게 청부 질의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어느 의원은 허씨의 부탁을 받고 국회에서 도청에 대비할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의원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이동식 장비 설치를 역설했고 장비 도입을 꺼리는 공공기관 예산 담당 직원을 의원실로 불러 보고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런데도 검찰은 허씨의 불법행위를 도운 국회의원을 한 명도 입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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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18년 1월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뒤 여덟 차례의 권고를 모두 따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과잉 기소 위협에 시달리는 사건 관련자들은 사법 리스크와 경영 공백 위기에 휩싸여 있다. 반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여권 인사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있으니 검찰의 이중잣대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허씨의 청탁을 들어준 국회의원의 죄질은 더 나쁘다. 허씨만 구속해 꼬리 자르기를 하고 권력 비리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청부 질의한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성역없이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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