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31일(현지시간)에는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연준의 정책변화에 대한 추가 설명에 나섰습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의 대담을 통해서인데요. 지난 주 발표를 보충 설명하는 것인데 이 자리에서 클라리다 부의장이 의미 있는 발언을 하나 했습니다.
"실업률과 금리인상 관계 없다"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으면 물가는 올라가고 실업률이 올라가면 물가는 떨어집니다. 앞서 파월 의장이 최근의 동향을 반영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고 견실한 고용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필립스 곡선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물가안정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쪽으로 비치자 이번에는 고용이 안정된다고 해서 물가를 올리는 건 아니라고 한 것이죠. 완전한 의미의 고용과 경기회복이 모두 충족돼야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금리를 빨리 올렸다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천천히 한다는 얘기죠.
연준은 2022년 실업률이 5.5%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지금의 저금리가 4~5년 간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만큼 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은 길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정책도구 가져가려는 연준...수익률곡선제어(YCC) 여전히 유효
이는 시장에서 이제 연준이 YCC를 사실상 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도 클라리다 부의장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는데요.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QE)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책 여지를 갖고 있어야 하는 연준 입장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가 최대한 많게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피하면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데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정책을 변화시켰지만 그 도구는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YCC를 여차하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다시 언급한 것으로 해석하면 될 듯합니다. 실제 클라리다 부의장은 당장 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죠. 정리하면 할 수는 있는데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힌트 안 준 9월 FOMC
9월 FOMC는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립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클라리다 부의장이 9월에 무엇을 할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만약 그가 자산매입에 관한 신호를 주려고 했다면 그것은 시장에 의미있는 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클라리다 부의장이 “자산매입과 포워드가이던스가 유효하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지속적인 자산매입을 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추측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