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현직 장관 18명 중 절반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현직 장관 35명의 부동산 재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77.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부동산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정부가 정작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서는 미흡했던 것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일부 장관들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 정책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3월 신고 기준 장관 18명 중 절반이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3년간 각 부처를 거쳐 간 전·현직 장관 35명이 매년 3월 신고한 공직자 재산 현황을 분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신고한 자료가 사용됐다. 재산신고 이후 매각한 재산은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0년 3월 기준 장관 18명 중 9명 다주택자=전체 장관 중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절반에 달하는 9명이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각각 3채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추미애 장관도 각각 2채씩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이 가운데 최기영·강경화·이정옥·홍남기 장관은 3월 재산 공개 이후 주택을 1채씩 매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현재 장관들의 다주택자 비중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다주택자 비중은 41.1%였지만 2020년에는 50%에 달했다. 장관 1명당 주택 수도 2018년에는 1.4채였지만 2020년에는 1.8채로 증가했다.
◇2020년 부동산 최고 부자는 최기영… 상위 3명 모두 신규 임명=올해 3월 기준 최기영 장관이 73억3,000만원의 부동산 재산을 보유해 18명의 장관 중 가장 많은 부동산 재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진영 장관이 42억7,200만원, 박영선 장관이 32억9,6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적은 부동산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장관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2억200만원을 신고했다.
현직 장관 18명 중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제외한 15명이 부동산 재산을 10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3명은 모두 신규 임명된 장관”이라며 “최기영 장관은 경기도 부천에 50억원 상당의 공장, 진영 장관은 서울 용산구에 16억7,000만원 상당의 상가 3채를 가지고 있는 등 주택 이외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현직 장관 신고 부동산 77.1% 증가…“정부 정책 누가 믿겠나”=전·현직 장관 총 35명이 보유한 부동산 재산은 2018년 10억9,000만원에서 2020년 19억2,000만원으로 77.1% 증가했다. 전체 재산 가운데 부동산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에는 60.6%였지만 2020년에는 74.1%로 부동산 재산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실련은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탓도 있지만 신규 임명된 장관들이 보유한 재산 및 부동산 재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고위공직자들이 많은 부동산을 보유해 불로소득 소멸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음에도 부동산 부자들이 장관으로 임명돼왔다”며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 부족과 안이한 인사 추천과 검증 등 시스템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수장인 김현미 장관도 임명된 직후인 2018년에는 주택 2채를 신고했으나 이후 경기도 연천의 단독주택을 매각해 2019년에는 1채로 신고했다. 현재 부동산 재산 상위 3명 모두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거쳐 임명된 장관들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고장 났다”며 “부동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부자인 장관들만 계속 임명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의 말을 국민이 믿어야 하는데 다주택자인 장관들의 말을 국민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