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檢,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 '신뢰추락 자초'

"국민 상식에 기초한 판단 외면"

무리한 기업흔들기 비판 쏟아져

"한 사건 1년 넘게 수사 이례적"

장기 수사 檢 내부서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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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삼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기소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년 9개월이다. 1년 6개월이 넘는 수사에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 이후 전문가 의견 청취, 내부 검토 등을 거쳐 기소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지만 결과는 자기 부정이었다. 검찰권 견제를 위해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 내용을 거부하면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무리한 기업 흔들기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졌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유리하도록 한 행위로 그 중심에 이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물론 법조계 안팎에서도 무리한 기소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전 전패에도 마이웨이…검찰은 독불장군인가=검찰은 1일 수사 발표에서 “금융위원회 고발에서 시작해 수면 아래 감춰진 빙산(불법합병)의 실체(와 이를 감추기 위한 조직적 사법 방해 범행)를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사이에 둔 법리 대결은 물론 여론 재판에서까지 전패를 면하지 못하고도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등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게다가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결정, 수사심의위 논의 결과까지 3전 3패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앞서 열린 여덟 번의 수사심의위 결정을 수용한 검찰이 유독 ‘검언유착 의혹’ ‘삼성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에서는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은 만큼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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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견제를 위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무력화시키면서 ‘독불장군이다’ ‘국민 판단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수사내용·법리 재검토 △전문가 의견 청취 △부장 검사단 논의 등을 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검찰·변호인 주장을 들은 뒤 난상토론을 통해 낸 결론인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건 검찰이 국민 상식에 기초한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겨울에 시작해 여름까지…오랜 수사에 흔들리는 삼성=검찰이 1년 8개월이라는 장기 수사에 매달린 점도 법조계 안팎에서 쓴소리가 쏟아지는 대목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자, 외부 자문사 등 300명을 860여차례나 조사했다. 겨울에 시작한 수사가 사계절이 지나고 다시 여름이 찾아올 시기에야 마무리된 셈이다. 수사가 마무리 시점에 돌입하고도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에 또다시 두 달여 가까이 침묵했다. 산업계는 물론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의 삼성그룹 불법합병·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두고 ‘무리한 수사’라거나 ‘기업 흔들기’라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하나의 사건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당사자인 기업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는 처사”라며 “수사심의위 결과를 두고도 장고를 거듭한 점도 기업에 있어서는 하나의 희망고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등 기소를 두고 장고를 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검찰 윗선 사이 책임 떠넘기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과거에 이같이 오랜 기간 수사하고도 그룹 최고 결정자를 구속하지 못하면 수사를 지휘하는 수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제는 그나마도 없다”고 비꼬았다.
/안현덕·이희조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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