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엘알항공




1948년 9월 차임 바이츠만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공군 소속 군용기를 이용했다. 당시는 이스라엘이 건국(1948년 5월)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민감한 시기여서 이스라엘 정부는 군용기가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고심 끝에 찾아낸 해법은 민간 항공기로 위장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군용기 외장을 손질하면서 ‘엘알이스라엘항공회사’라는 임시 로고를 그려넣고 운항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1월 설립된 국영항공사 이름에 엘알이 붙여졌다. 이스라엘 국적기 항공사로 활약 중인 ‘엘알이스라엘항공(EL AL Israel Airlines)’은 이렇게 탄생했다. 엘알은 히브리어로 ‘하늘로’ ‘하늘을 향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엘알항공은 1949년 미국의 맥도널더글러스 항공기를 도입해 프랑스 파리에 처음 취항하면서 세계 항공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미국·유럽·아시아 지역 40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 직원은 6,000여명이다. 2005년 민영화돼 현재 대주주는 이스라엘 항공 관련 업체인 ‘크나파임홀딩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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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아랍의 분쟁이 계속되면서 엘알항공은 테러 대상이 되고 있다. 1968년에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속 테러범 3명이 로마에서 출발한 엘알항공 426편을 납치해 알제리에 강제 착륙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제리의 중재로 승무원과 승객 등 인질 20여명은 무사했지만 협상에만 40일이 걸려 최장기 항공기 납치사건으로 기록됐다. 1985년 연말에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등이 이탈리아 로마와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엘알항공 카운터에 총기를 난사해 10여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졌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교를 논의할 미국·이스라엘 대표단을 실은 엘알항공 여객기가 UAE 아부다비 노선을 운항했다. 이스라엘 항공기가 걸프 아랍국가로 비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항공기에는 ‘평화’라는 단어가 영어·아랍어·히브리어로 쓰여 있었다. 이스라엘이 UAE에 이어 바레인과 오만과도 외교 정상화 협상을 진행한다니 중동에 평화가 뿌리내릴지 주목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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