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재명, 철없다' 동조 하루만에 몸 낮춘 홍남기

李지사 "철들도록 노력" 되받아치고

與의원 "언행 신중·사과해야" 십자포화

洪 부총리 "어떻게 철없다고 하겠는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회계연도 결산 부별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회계연도 결산 부별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홍 경제부총리가 “아주 철없는 얘기죠?”라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사실상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즉시 반발하면서 “철들겠다”고 응수해 홍 부총리를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면서 자세를 낮췄다.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사건건 정부 정책을 발목 잡고 사실 왜곡을 일삼는 통합당은 그렇다 쳐도 부총리님께서 국정 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30만원 정도 지급하는 걸 50번, 100번 해도 서구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발언을 ‘재난지원금을 100번 지급하자’거나 ‘100번 지급해도 재정 건전성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임이자 의원과 홍 부총리가)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31일 홍남기 부총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책임 없는 말”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임의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철없는 발언이죠”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관련 발언의 취지를 해명하면서도 홍 부총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 책임자가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의견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존경하는 홍 부총리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정면으로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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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 역시 홍 부총리의 처신을 두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 선별 지급을 주장하며 이 지사와 각을 세운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이재명·홍남기 전쟁에 참전했다. 진 의원은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분별없는 비난에 동조하면 안 된다. 홍 부총리는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부총리의 생각이라기에는 고뇌나 궁휼 의지가 없으며 참으로 무책임하다”며 “정말 화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홍 부총리는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이 지사에 대해 ‘철이 없다’고 한 야당 의원 발언에 동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여당 의원의 지적에 “제가 어떻게 도지사가 ‘철이 있다, 없다’고 하겠느냐”며 “도지사가 전 국민에게 그렇게 여러 번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도록 이야기한 게 책임 있는 발언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4~28일 전국 성인남녀 2,544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4.6%, 이 지사는 23.3%를 기록했다. 해당 기관 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1.9%포인트다.
/박진용·김인엽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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