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단독] "공시가 120% 내에서 임대료 정해라"…'표준임대료' 폭탄 나오나

민주당, 공시가 연동 표준임대료 도입 발의

공시가 지역·단지마다 다른데…부작용 우려 커져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성형주기자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성형주기자



정부가 ‘임대차 3법’ 후속으로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표준임대료를 공시가격과 연동하는 안을 제시했다. 각 지자체장이 주변 시세 등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한 안보다 더욱 구체화 된 것이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지역·단지별로 편차가 워낙 큰 데다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자체를 정부가 사실상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대료, 공시가 120% 내에서 결정”>


2일 국회에 따르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표준임대료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안은 전월세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임대료’를 도입하고, 표준임대료는 해당 주택 공시가격의 120%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중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에는 전환율(전월세 전환율)을 2.5% 이내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주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나타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 65% 수준이다. 여기에 발의안이 정한 120%를 반영해 계산하면 표준임대료는 평균적으로 주택 시세의 78% 수준에서 정해지는 셈이다. 시세 10억원에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인 아파트라면 최대 7억8,000만원까지만 전셋값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상한선’에 따른 인위적 조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는 2.5%의 전환율을 적용해 계산해야 한다.


윤 의원은 발의안과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수준이 주택가격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어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속칭 ‘깡통전세·갭 투자’로 인한 임차인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신규 계약 시 기존 계약에 비해 보증금이나 월세가 과도하게 책정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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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천차만별인데…부작용 우려 커>

하지만 공시가격 자체가 지역·단지별로 편차가 큰데다 주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 탓에 표준임대료를 연동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평균은 65% 수준이지만,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삼성 전용 84㎡의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54.2%다. 반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평형의 현실화율은 77%에 달한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강북 아파트에 비해 오히려 강남 고가 아파트의 표준임대료 상한 폭이 훨씬 커지는 셈이다. 심지어 이 계산대로라면 아크로리버파크의 표준임대료 상한은 무려 시세의 92.4%에 달한다. 사실상 의미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정부가 현실화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을 일률적으로 연동해 계산할 경우 실거래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다수 나타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임대차 계약 전수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겠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시장에서 정하는 임대료를 맘대로 손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 발의안이 알려지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까지 진행된 국회 입법예고에는 2,200여명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임대사업자는 “지금까지 나온 규제 중 폭탄 아닌 게 있겠냐마는 이번 법안은 완전히 임대인을 죽이겠다는 확인 사살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여당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표준임대료 도입을 가시화하고 있다. 윤 의원 안 외에도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이 내놓은 표준임대료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내용은 각 지자체가 주택 위치와 종류, 내구연한 등 기준을 바탕으로 적정 임대료를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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