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집권 자민당 내에서 벌써 차기 정권을 두고 인사 갈등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2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한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연임이 확실해지면서 니카이파(국회의원 47명)와 호소다파(98명), 아소파(54명), 다케시타파(54명) 등 자민당 주류 파벌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호소다파, 아소파, 다케시타파 등 파벌 3곳이 니카이파의 당 장악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스가 관방장관 지지를 표명하는 구상도 세웠다고 한 파벌의 간부가 지지통신에 전했다. 익명의 한 간부는 “이 구상은 실제로는 어렵다”면서 “중요한 것은 니카이 간사장을 간사장직에서 배제하고 부총재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관방장관이 차기 정권을 거머쥘 경우 스가의 공백을 메울 후임 관방장관이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지통신은 “내각의 중심으로서 매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넓게 인지도를 쌓는다”면서 “모든 파벌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니카이파에선 니카이 간사장의 신임을 받는 모리야마 유타카 국회 대책 위원장이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자민당 간부도 실제로 모리야마 위원장이 관방장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소다파, 아소파, 다케시타파는 모리야마 위원장의 관방장관 취임을 저지하고 싶어 한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한 중진 의원은 “간사장은 (니카이 간사장의 연임으로) 빼앗겼다”면서 “관방장관은 (우리 파벌에서)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소다파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을 적임자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통신은 “차기 관방장관 인사에서는 고노 다로 방위상이나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도 거론되고 있다”면서 “차기 정부 인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언론은 니카이 간사장이 ‘킹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고도 보도하고 있다. 파벌이 없는 스가는 아베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기 전날까지도 차기 총리에 도전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했으나 니카이와의 교감을 토대로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단숨에 기선을 제압하는 양상이다.
스가 관방장관이 출마 정식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니카이파가 지지에 나선 것에 관해 스가 주변에서는 “다른 파벌이 기분이 상해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너무 돌출된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2일 분위기를 전했다.
스가 관방장관과 니카이 간사장의 협력은 최근 더욱 선명해졌다. 지난해 가을 자민당 인사 및 개각 때 아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간사장으로 임명하려고 했으나 니카이 간사장이 유임될 수 있도록 스가가 ‘지원 사격’을 한 것이 유명한 사례다. 당내 서열 4위의 파벌을 이끄는 니카이 간사장은 이번에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고 만 81세의 고령이지만 당분간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