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청약 경쟁률에 낙담한 투자자들이 시장 밖으로 향하고 있다. 증거금 1억 원을 넣고도 고작 2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모가의 2~3배에 달하는 웃돈을 주고 비상장 주식을 사들이는 것. SK바이오팜 등의 사례를 통해 상장 초반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판단이겠지만 장외 시장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자칫 큰 투자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약 첫 날, 공모가 3배에 장외거래 횡행...'따상 가자'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두나무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하루 동안 334건의 카카오게임즈 비상장 주식 거래가 완료됐다. 지난 해 11월 출시된 이후 카카오게임즈 비상장 주식 거래는 총 7,197인데 이 중 5% 이상이 1일 하루 간 거래된 셈이다. 현재 이 앱에서 거래되는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7만5,000원 이상으로 공모가 2만4,000원의 3배를 이미 넘어섰다. 주식을 팔겠다며 장외 시장에 내놓은 이들은 8만5,000~9만원의 가격까지 제시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웃돈을 주고 비상장 주식을 사는 이유는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상장 이후 폭등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1일 카카오게임즈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427.45대1을 기록했다. 둘째 날인 이 날도 증권사에 수요가 몰리면서 코스닥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3,039.56대1)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경우 투자자는 1억원의 증거금을 투입하고도 고작 2주를 배정받는 데 그친다. 약 1,000대 1의 경쟁률일 때도 19만2,000원어치인 8주의 주식을 배정 받는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인 1억원을 투입하고도 살 수 있는 주식이 많지 않으니 비상장 시장으로 고개를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장외 시장의 가격은 적정할까. 카카오게임즈가 이미 상장된 SK바이오팜처럼 상장 첫 날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 형성한 후 상한가 유지)’에 성공하면 단숨에 주가는 6만2,400원이 된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 4만9,000원의 두 배인 9만8,000원으로 정해졌으며 12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상장 4거래일 만에 공모가 450%인 26만9,500원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게임즈 역시 상장 첫 주에만 주가가 급등해도 2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주식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장외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목표가 3만2,000원인데...거래 폭증에 커지는 우려 |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비상장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는 것. 현재 증권사가 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목표주가는 3만2,000원 안팎이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첫 날 가격도 공모가의 2.6배 정도인데 카카오게임즈 비상장 주식은 이미 3배를 넘어선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상장 첫 날 주가가 반드시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공모주 청약 수요는 과열 양상이 심하다”며 비상장 거래 폭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비상장 주식의 수요는 한동안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날 오전 10시 48분 기준으로 해당 종목의 비상장 거래는 131건이 완료돼 전일의 절반에 이른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의 비상장 주식을 매수한 한 투자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고 카카오게임즈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에 투자 수익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투자 가치가 있다”며 “가능하면 낮은 가격에 많은 주식을 사고 싶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청약에서 배정되는 물량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에 비상장 투자가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주 청약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최근 금융당국은 공모주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기업 공개 과정에서 소액 청약자를 우대하고 복수 계좌 청약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 청약자 물량으로 배정되는 공모주 20% 중 절반 가량을 소액 청약자 우대나 추첨제 배정 등으로 바꾸고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 복수의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 주식을 일부 투자자가 독식하는 관행도 막는 방안이 논의 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와 협의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20% 물량을 금액에 따라 배정하는 부분이 소액투자자들에 불리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고쳐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