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국 경제 실적을 보여주는 두 가지 통계가 발표됐다. 먼저 통계청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소비가 전달보다 6.0%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2.2% 줄었다. 산업생산은 0.1% 늘었지만 지난해 대비로는 -1.6%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하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지표들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으므로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경제 반등을 이뤄낼 적기”라고도 말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믿었던 소비가 살아나기는커녕 줄어들었고 생산이나 투자도 신통치 않았다.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소멸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그 돈보다 훨씬 많은 역대 최대 35조원의 추경이 그 후에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8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9.9% 감소해 여섯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에서는 한자릿수 감소에 그친 점을 다행으로 여기며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을 봐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조업일수는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고 달력에도 없던 임시공휴일을 만들어 줄어든 것이다. 올해 8월까지 수출 누계는 지난해와 비교해 10%, 지지난해보다는 20% 낮은 수준으로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문제는 두 통계가 최근 국내외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로 식당·학원·체육시설은 물론 기업의 경제활동도 타격을 받았으며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지수가 이달 들어 하락했고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도 올해 채용계획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가장 낮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장밋빛 경제전망에 의한 희망 고문이 아니라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 분석한 대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도움을 요청해야만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내년 예산안 브리핑을 하면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은 -0.8%라고 언급했는데, 공감이 와 닿지 않는 얘기를 굳이 또 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은행이 이미 올해 성장률을 -1.3%로 내린 바 있고 이에 더해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까지 이어지는 경우 -2.2%까지도 전망했는데, 정부도 이를 깨달아야만 한다.
정부 역할에 대한 한계도 인식해야 한다. 최근 한국 경제는 재정 주도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졌다. 한국은행 국민소득 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 기여분이 1.6%이고 민간은 0.4%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출을 억지로 늘림으로써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킨 결과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국가재정 역시 적정한 정부 역할을 바탕으로 짜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예산안에 공공 부문 103만개 직접 일자리 사업, 민간 부문 57만개 일자리 지원 사업, 36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뉴딜 사업이 들어 있는데 제대로 된 일자리는 국가가 돈을 쏟는다고 생겨나지 않는다.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민간 고용을 늘리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적정 국가부채 규모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의도 OECD 평균과의 비교가 아니라 재정사업의 내용과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제약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