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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비혼'소재 무색, 결혼식 같은 비혼식으로 끝난 '그놈이 그놈이다'

/ 사진제공=KBS2 ‘그놈이 그놈이다’/ 사진제공=KBS2 ‘그놈이 그놈이다’



로코 퀸 황정음도 KBS의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다.

1일 방송된 KBS2 ‘그놈이 그놈이다’ 최종회 시청률은 1부 2.8%, 2부 3.1%(닐슨코리아/전국)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 3.9%로 시작한 드라마는 2회 때 4.4%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큰 반등 없이 3%대 시청률을 유지하다 막을 내렸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비혼을 선택한 여자가 어느 날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남자를 만나 대시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비혼 사수’ 외에 전생에 얽힌 미스터리한 요소도 가미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결국 타 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해피엔딩 멜로로 끝이 났다.

현시대를 반영한 ‘비혼’이란 드라마 소재는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첫 회에서 서현주(황정음 분)가 비혼식을 올리는 장면은 ‘연애의 끝은 결혼’이 아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듯 보였다. 또 ‘비혼’이 사회적 문제가 아닌 한 개인이 지닌 삶의 소신일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첫 회. / 사진=KBS2 ‘그놈이 그놈이다’ 방송화면 캡쳐첫 회. / 사진=KBS2 ‘그놈이 그놈이다’ 방송화면 캡쳐


극 중 현주는 지인들을 약혼식에 초대해 “낯선 사람들이 제 가족이 된다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경력을 쌓기 전 경력 단절이 되는 것도 두렵다.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크다”며 자신과 평생 함께할 반려자가 자기 자신임을 선언했다. 결혼이 장애물로 치부되는 사회 현실을 지적하며, 30대 여성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를 정확히 짚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비혼’은 껍데기만 남았다. 이야기는 전생에 세 번 인연을 맺었던 황지우(윤현민 분), 친동생처럼 함께 자란 박도겸(서지훈 분)과의 삼각 로맨스로 옮겨갔고, 조선시대를 비롯해 일제 강점기·1970년대의 인연과 악행을 풀기 바빠 서현주가 비혼식에서 선언한 말들은 의미를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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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는 자신을 위해 당당히 비혼을 선택한 여성이 아닌, 전생에 사랑을 세 번이나 실패해서 그 상처로 인해 비혼을 택하게 된 여성으로 변해 있었다. 서현주란 캐릭터가 주체적인 비혼주의 여성이라기엔 아쉬운 점이 컸던 탓에 황정음의 명불허전 로코 연기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또한 앞선 제작 발표회에서 최윤석 감독은 “비혼과 함께 이혼, 기혼, 미혼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4명의 여성을 통해 30대 여성의 고충이나 생활상, 로맨스를 같이 아우를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로맨스와 전생에 밀려 이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회. / 사진=KBS2 ‘그놈이 그놈이다’ 방송화면 캡쳐최종회. / 사진=KBS2 ‘그놈이 그놈이다’ 방송화면 캡쳐


그리고 최종회에 등장한 서현주와 황지우의 비혼식은 의아함을 남겼다. 두 사람은 각각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으로 “결혼으로 하나가 되는 대신, 각자 자리에서 각자 삶을 성실히 살아가겠다. 지금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선언은 결혼식 선서와는 사뭇 달랐으나 결혼식이 비혼식으로 이름이 바뀐 것 외엔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색다른 로코물, 30대 ‘비혼’ 여성의 생활밀착형 연애를 표방한 드라마는 결국 뻔한 삼각관계, 재벌남과 연하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 1명을 택하는 사랑으로 귀결됐다. 비혼으로 출발한 드라마는 결국 ‘사랑이 답’이라는 로맨틱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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