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빈틈 노려라"…中 '정부지원' 업고 반·디 파상공세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

<중>IT 코리아 위협하는 '中 IT 굴기'

TCL 'OLED 패널' 진출 위협…LCD 주도권은 이미 내줘

中 "메모리·비메모리에 올인" 법인세 면제 등 파격 지원

삼성은 사법부發 '초격차 전략' 발목…투자 불확실성 커

0315A04 중국의 반도체 굴기



“광저우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을 내년에 착공할 예정입니다.”

중국 1위 TV 업체인 TCL의 리동셩 회장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OLED 패널’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를 따돌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미래 핵심 사업 분야다. 실제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며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유일의 TV용 OLED 패널 생산업체다.


특히 이 같은 TCL의 움직임은 글로벌 TV 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검찰 기소에 따른 ‘경영권 리스크’로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에 미래 먹거리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의 빈틈을 노린다’는 야심이 깔려 있다.

◇중국, 전방위 정부지원 힘입어 공격투자=중국은 이미 반도체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등 전 분야에서 굴기를 시현하고 있는 반면 과감한 선제 투자에 기반한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단단히 잡힌 상황이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를 통한 ‘반도체 굴기’가 좌절되자 제3의 기업을 우회 육성하며 반도체 사업 강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우선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같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 정부 산하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유니SOC를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의 팹리스’라 불리는 ARM의 중국 법인이 최근 “독자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중국 내 팹리스 생태계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RM 중국 법인 지분 51%를 중국 국부펀드가 보유하고 있어 ARM의 일부 지적재산권(IP)이 중국에서 무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기반으로 1위 사업자 퀄컴을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유니SOC와 ARM 중국 법인 간 기술제휴 등의 복병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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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나노·파운드리 분야서 “삼성 타도”=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 1위 등극을 목표로 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은 미국 제재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와 협업이 불가능해지자 자국 기업인 SMIC 육성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중국 현지에서 15년 이상 사업을 해온 반도체 제조기업이 28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을 적용할 경우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하며 사실상 SMIC 세제 지원을 공식화했다. SMIC는 지난 7월 중국 자본시장에서 8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모집했으며 올해 설비투자로는 전년 매출의 2배 수준인 43억달러를 집행할 방침이다. D램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CXMT)가 연내 17나노급 D램 양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올해 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실제 관련 제품 양산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는 2년 이내로 좁혀지며 최소 자국 내수용 제품으로 이들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LCD 부문에서는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2003년 하이디스(하이닉스의 LCD 사업부)를 인수한 후 빠르게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2018년 LCD 시장에서 18.6%의 점유율로 LG디스플레이(17.4%)와 삼성디스플레이(13.8%)를 제쳤다.

◇중화권 공세 거센데...삼성은 사법리스크 빠져=삼성디스플레이는 LCD에서의 수익을 기반으로 OLED로의 발 빠른 전환을 시도했으나 자국 정부의 보조금 및 세제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 대비 신사업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삼성은 2017년 디스플레이 부문 설비투자로 13조5,456억원을 집행했지만 올 상반기 관련 부문 투자금액은 1조6,298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은 퀀텀닷나노LED(QNED)와 마이크로LED 등으로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기술력만으로는 중국의 ‘저가공세’를 이겨내기 버거운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지난 2·4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사상 첫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오포·비보·샤오미 등 다양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대만과 미국 업체들의 발 빠른 행보도 삼성전자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TSMC는 2024년 2나노 공정에 돌입해 삼성과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를 보다 벌린다는 방침이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선두업체인 엔비디아는 영국 ARM 인수를 시도하고 있어 삼성이 팹리스 확장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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