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이후 8년 만에 적자전환 위기를 맞은 르노삼성자동차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노조는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결렬 선언 및 파업 카드를 검토하며 사측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오후 사측과 2020년도 임단협 5차 실무 교섭을 한 후 임단협 결렬 선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교섭 결렬을 결정할 권한은 교섭위원들에게 위임됐다. 임단협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오는 9~10일 예정된 민주노총 가입 찬반과 함께 파업 찬반 여부를 투표에 부치게 된다.
노조가 교섭 결렬 및 파업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9~10일 예정된 조합원 총회 안건인 ‘민주노총 가입 찬반’ 투표를 위해 사전 여론을 조성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3월 한 차례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반대로 포기했던 집행부가 이번에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쟁의(파업)권 찬반까지 조합원에게 함께 물음으로써 투표 동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 노조로 활동하기보다는 민주노총 가입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와 연대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노조가 교섭 결렬 결정을 내리고 파업과 민주노총 가입이 찬성으로 가결될 경우 올해 내 임단협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교섭을 일단락 짓고 생산에 매진해도 모자라는 상황에 민주노총 체제 전환과 파업을 고려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은 르노 닛산 수출 물량이 올 초 끊기고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량이 떨어지며 2012년 적자 이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적자 전환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6,104대를 기록해 국내 완성차 5사 중 가장 저조했다. 르노삼성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파업을 진행할 경우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수출 물량 배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