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면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해안에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에 폭우까지 겹쳐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 437편이 무더기로 결항됐고 제주도에서는 정전이 잇따랐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마이삭이 이날 오전 제주도에 근접하면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일대에 피해가 잇따랐다. 서귀포시 서호동에서는 이날 오전 가로수가 강풍에 부러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제주시 노형동에서는 정오께 커피숍 간판이 도로에 떨어졌고 건입동의 현대아파트사거리에서는 강한 바람에 보행자 신호등이 꺾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강풍과 폭우로 인한 정전도 잇따랐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43분 서귀포시 호근동을 시작으로 낮12시 기준 제주도 내 1,062가구가 정전됐다. 한전은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수습에 나섰지만 제주시 연동의 일부 가구에는 아직까지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제주 다음으로 마이삭의 영향권에 든 부산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부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부산 곳곳에서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이 추락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해 총 11건의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강풍이 불며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는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부산 광안리 해안도로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전면 통제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마이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귀포 남동쪽 약 13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2㎞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45hPa, 최대풍속 초속 45m의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발달했다. 이날 저녁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하루 뒤인 3일 새벽 경남 거제와 부산 사이 지점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경남, 전라 동부, 제주도, 울릉도, 독도 100∼300㎜다. 특히 강원 동해안, 경상 동해안, 제주도 산지에는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삭은 영남 내륙지방을 관통한 뒤 3일 오전9시 강릉 북쪽 150㎞ 해상으로 이동해 같은 날 오후9시 북한 청진 북서쪽 약 300㎞ 부근에서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9시를 기해 태풍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대본 비상대응 수위도 가장 높은 ‘3단계’로 발령했다. 태풍 위기경보에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이 있고 비상대응 수위는 1~3단계로 나뉜다. 기상청 관계자는 “마이삭은 지난 2003년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았던 태풍 ‘매미’와 경로가 가장 비슷하다”며 “직전에 발생한 태풍 ‘바비’와 달리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돼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1일 밤 발생한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오는 7~8일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하이선이 7일 오전9시 부산 동남동쪽 약 200㎞ 부근 해상을 지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성·방진혁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