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문재인 정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민과 행정·입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 자기확증편향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1일 주문 성사 시 5.8%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상안을 발표했습니다. 거의 1년 내내 준비한 정책이라고 합니다. 내부에선 이 정책이 나오면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좋아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광고비 위주인 깃발꼽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여론의 후폭풍이 너무 거셌습니다. 대부분 소상공인연합회 등 단체는 물론 일부 소상공인들도 일제히 배민의 수수료 인상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한 달 80여만원 광고비를 내다가 수수료를 150만원 더 배민에게 내줘야 하는 자영업주도 있었습니다. 물론 주문 숫자가 비슷하다고 할 때 광고비보다 바뀐 수수료 정책에 혜택을 입는 자영업주들도 있긴 했습니다.
총선이 얼마 안 남은 당시 정치권의 비판도 불길처럼 일어났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독과점의 폐혜라며 경기도 공공배달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배민은 백기를 들고 수수료 정책을 폐지했습니다.
문제는 배민이 이번 정책을 펼 때까지 이 같은 반발이 있을 줄 몰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어떻게 이런 정책을, 그것도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강행할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배민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종의 확증편향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배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거래액도 매월 폭발적으로 상승한 배민입니다. 또 DH와 합병 거래를 하면서 받은 기업가치도 4조원에 달합니다. 국내 최대 제약사 유한양행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 되면 확증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확증편향은 조직이나 한 사람이 원하는 바대로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하는 편향입니다. 이미 세운 가설이나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에 반대되는 반증이 나와도 무시해버립니다. 보통은 잘 나가는 조직이나 회사,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실수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최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어 안타깝고, 응원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이 글에서 나온 여러 표현들입니다.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있습니다” 등과 같은 표현입니다. 간호사를 응원하는 것 같지만 현재 의사파업으로 갈등을 빚는 의사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글은 하루 만에 온라인서 상당한 논란이 됐습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선 올해 167개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이날 올라온 간호사 응원 글은 하루 만에 댓글이 2만4,000여개 댓글이 달렸습니다. 올 한해 167개 포스팅에 달린 댓글의 평균 숫자는 1,700여개입니다. 올 한해 전체 댓글 평균보다 14배가 넘는 댓글이 단 하루 만에 달린 것입니다.
이에 문 대통령 페북 댓글 상위에는 온통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SNS 글의 상위 댓글에는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이 맞는지 계정 해킹 당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제발 해킹이라고 해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이번 메시지가 대중들에게 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좋아요’ 지지를 많이 받은 상위 20개 댓글 중 16개가 이번 메시지를 비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간 거의 모든 SNS글에선 지지자들의 댓글이 대다수였습니다. 젊은간호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현재 열악한 근무 등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라고 의사를 오히려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처럼 문재인 대통령 SNS의 이번 글도 아무런 ‘의심’ 없이 나온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어떤 문제가 해결이 되거나 어떤 단체가 환영을 한다는 식으로 예상을 했을 텐데 이 메시지를 반기는 사람과 단체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견제 없는 시장 권력, 정치 권력의 정책과 메시지엔 확증편향이 들어갈 확률이 높고 이는 다시 시장과 사회의 큰 반발을 사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